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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환자 낙상사고…"간병인에 책임 없다"
요양병원 환자 낙상사고…"간병인에 책임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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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모든 환자 '일거수 일투족'까지 돌볼 수 없다 판단
간병인 환자 돌볼 주의의무 확대 해석 안돼…보험사 구상권 불인정
ⓒ의협신문
ⓒ의협신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가 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움직이다가 낙상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간병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간병인이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주의의무는 있지만, 환자 스스로 행동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일거수 일투족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것'으로 주의의무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16일 A보험회사(원고)가 B간병용역업체(피고)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A보험회사는 C요양병원과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했고, B간병용역업체 대표는 C요양병원과 간병인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간병인을 공급했다.

그런데 C요양병원에서 연이어 환자가 낙상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8월 23일 환자가 입원실(305호실) 내부 화장실에서 낙상해 뇌진탕·안면부 열상 등의 상해를 입는 사고(1차 사고), 치매 환자가 입원실(203호실)에서 낙상해 대퇴골 경부 부분 골절상을 입는 사고(2차 사고), 환자가 입원실(105호) 내에서 낙상해 대퇴골 경부 골절상을 입고, 이 골절상에 대해 인공고관절 반치환술 등 관련 치료를 받던 중 수술 부위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3차 사고)한 것.

이에 A보험회사는 1차 사고 피해자에게 위자료 230만원, 2차 사고 피해자에게 입원비·간병비·위자료 7109만원, 3차 사고 피해자에게 치료비·간병비·장제비·위자료 4731만원을 지급했다.

병원 내 낙상 사고로 인한 보상금이 많이 지출되자 A보험회사는 간병인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인 B간병용역업체 대표는 사용자책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A보험회사는 "피해자들을 돌보는 간병인이 식이·위생·거동·취침을 포함한 환자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환자를 돕고 보조하면서 안전하게 돌봐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병인들은 낙상의 위험이 있는 입소환자들이 임의로 움직이지 않도록 침상의 사이드레일을 올려두고 상시적으로 점검할 의무 및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호출할 것을 충분히 알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의 담당 간병인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C요양병원의 과실도 있으므로 B간병용역업체는 보험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총 5671만 9000원의 70%인 3970만 33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보험회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간병인들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간병인은 환자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환자를 돕고 보조하면서 안전하게 돌봐야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간병인에게 환자 보호 및 안전배려에 대한 일반적 의무가 있다고 해서 그가 모든 생활영역에서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관찰하고 돌봐야 한다고 함부로 새길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간병인이 담당하는 환자의 수와 환자상태 등 간병인의 작업 환경,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용과 환자의 도움 요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구체적인 의무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간병인 23명 중 2층 병동에 10명(주간 4명, 야간 3명, 나머지 3명은 비번), 3층 병동에 8명(주간 4명, 야간 2명, 나머지 2명은 비번), 4층 병동에 5명이 각각 배치돼 근무했다.

또 간병의 필요성이 비교적 덜한 환자들이 입원한 1층 병동에는 따로 간병인이 배치되지 않은 채 2층 병동 담당 간병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담당한 사실, 이 사건 1차 사고 당시 3층 병동에 환자 70명이 입원해 있었고, 2차 사고 당시 2층 병동에 환자 65명이 입원해 있었으며, 3차 사고 당시 1층 병동에 환자 72명이 입원하고 있었던 사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 피해자들은 간병인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행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1인의 간병인이 많은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현실에서 환자가 요청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감시·관찰이나 보호의 필요성이 특별히 증가하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간병인에게 모든 환자의 상태를 계속해 관찰하다가 그가 거동할 때마다 이를 보조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대로 사이드레일을 올려두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없거니와 사고 경위와 장소에 비춰볼 때 사이드레일을 올려두었다고 해서 사고가 방지됐으리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는 환자들이 호출 방법을 모르거나 호출을 꺼려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스스로 행동하다가 발생한 것"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이 사건에서 간병인에게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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