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 무엇이 문제인가?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 무엇이 문제인가?
  • 이필수 의협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desk@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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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기술 있고, 희귀질환 아님에도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 포함 의문
필수 중증의료·생명 직결된 신의료기술은 평가 미뤄...회의록 공개해야
이필수 의협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의협신문
이필수 의협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의협신문

최근 보건복지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환자에서 부정적 감정해소 목적으로 사용하는 '감정자유기법(Emotional Freedom Techniques, EFT)'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췄다"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참고로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정자유기법(일명 경혈 두드리기)'의 신의료기술 평가에 관해 몇 가지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감정자유기법은 과연 한의학계의 노력으로 창안한 새로운 한방 치유 기법인가?

1980년경 로저 갤러헌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물 공포증 환자를 치유하다가 손가락으로 경락을 두드리면서 생각을 해나가면 부정적 감정이 해소된다는 발견을 하고 창안한 것이 '사고장 요법(思考場療法)'이다. 이것을 MIT 출신의 게리 크레이그라는 서양인이 대체요법의 일환으로 어떤 심리증상이든 관계없이 경락들을 다 두드리면서 말을 하는 '감정자유기법(thought field therapy, TFT)'을 1990년에 창시했다고 한다.  

몸의 일부분을 두드리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동양의 한의학자들이 아니라 서양의 의학자와 대체의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인 것이다.

경혈이나 경락 부위를 두드린다는 이유로 갑자기 한의학 신의료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가?

둘째,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은 한방 의료행위이며,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인가?

경혈 두드리기가 한방 의료행위인지 아닌지부터 규명하고, 그것을 시행하는 주체를 의료인으로 할 것인지, 현행처럼 일반인들이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경혈 두드리기라는 행위가 신의료기술로 평가해야 할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술로서 대체기술이 없는 질환이거나 희귀질환의 치료·검사를 위하여 신속히 임상에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따로 정하여 고시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기술로서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빨리 적용해야 하는 신의료기술이 평가 대상이다. 의학 기술의 빠른 발전에 비해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적용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므로 이를 줄여서 신속히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절차다.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필수·중증 의료와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평가를 미루거나 불승인 하는 상황에서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될 정도로 의료행위인지 불분명한 기법에 대해 신의료기술을 인정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 외에도 대체기술이 없는 질환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서 경혈을 두드리는 것 외에 다른 대체 치료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게 경혈을 두드리고 말을 하는 치료를 당장 시급히 적용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환자가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5분 만에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의료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신의료기술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

경혈이나 지압점 같은 곳을 두드리고 입으로 긍정적인 말을 되뇌이는 행위를 한의학적인 신의료기술(한방 의료행위)로 규정하면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의 한방 신의료기술평가와 인정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 hanmail.net]​ ⓒ의협신문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의 한방 신의료기술평가와 인정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 hanmail.net]​ ⓒ의협신문

셋째,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와 해당 안건 관련 소위원회들의 평가 과정에 대한 전체 회의록과 녹취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에 대해서 누가 결정을 했고,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밀실에서 어떤 내용이 누구에 의해서 오갔는지도 모른채 국가의 중요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는 또 하나의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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