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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 두드리기' 근거 논문 "분석할 가치도 없다"
'경혈 두드리기' 근거 논문 "분석할 가치도 없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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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 결정타' 역할, 논문 신뢰성 의사들에 직접 물었다
"보완대체요법 해외논문이 한방 신의료기술 인정근거? 황당"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감정자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이른바 '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의료계는 해당 기법의 내용 등이 신의료기술이라고 하기에는 황당한 수준이라는 입장.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어떤 근거로 이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했을까?

<의협신문>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다는 두편의 논문을 받아, 의학계 관계자들에 평가를 요청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결정대로, 정말 해당 기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환자(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부정적 감정해소 목적에 안전하고 유효하게 사용할 만한 기술인지, 판단의 근거가 된 이들 논문에 그 답이 들어있는 것인지 확인하고자 위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수의 의학계 관계자들은 "자세히 분석할 가치조차 없는 논문"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두 연구 모두 환자 수가 너무 적어 연구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그 결과 또한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에만 의존해 환자의 증상이나 삶의 개선에 유효하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정자유기법 시술방법 ⓒ의협신문
감정자유기법 시술방법 ⓒ의협신문

첫번째 논문은 지난 2013년 미국에서 나온 PTSD 참전용사 대상 무작위 임상시험 연구(Church D, Hawk C, Brooks AJ, Toukolehto O, Wren M, Dinter I, et al. Psychological trauma symptom improvement in veterans using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Nerv Ment Dis. 2013;201(2):153-60.)다.

연구의 내용을 이렇다. PTSD가 있는 참전 용사 59명을 감정자유기법을 시행하는 중재군(30명)과 감정자유기법을 시행하지 않는 비교군(무중재, 29명)으로 나눠 각각의 프로세스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비교했다.

감정자유기법 군에는 총 6회의 코칭이 제공됐는데, 이후 이들에게서 불안증·우울증·공포증 등이 코칭을 받지 않은 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평가의 도구로는 증상평가(Symptom Assessment)가 활용됐다.

의학계는 "환자의 숫자나 연구의 규모면에서 임상시험이라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감정자유기법을 시행한 군에서 불안증 등이 감소했다고 하나, 이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하는 증상평가 결과로 해당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연구는 2011년 영국에서 나온 또 다른 무작위 임상시험 연구(Karatzias T, Power K, Brown K, McGoldrick T, Begum M, Young J, et al. A controlled comparison of the effectiveness and efficiency of two psychological therapies for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vs. emotional freedom techniques. J Nerv Ment Dis. 2011;199(6):372-8.)다.

연구의 내용을 보자면 이는 감정자유기법 효과 연구라기보다는, PTSD 관련 보조요법들의 효과성 비교 연구에 가깝다. 환자를 감정자유기법 시행군과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군으로 나눠, 각각의 시술효과를 분석한 것.

연구진은 실험 결과 참가자의 각종 스트레스·우울 및 불안증 측정결과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으나, 통계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P값을 제시하지는 못했으며, 일부 평가지표에서는 비교군으로 설정된 안구운동의 치료효과가 감정자유기법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에 배정된 인원은 각 요법당 23명씩 총 46명이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중도에 떨어져 나갔다. 실제 논문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 군으로 분류됐던 23명의 환자 가운데 10명이 치료 후 평가 전에 실험참가를 철회했으며, 나머지 중 2명도 3개월 추적관찰 결과를 내기 전 연락을 끊어, 최종 참가자는 11명에 불과하다. 

의학계 관계자는 "이 또한 대상자수가 너무 적어 연구의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두 연구 모두 질이 너무 떨어져 자세히 파서 분석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다. 이런 연구들이 신의료기술 인정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두 연구 모두 이른바 감정자유기법의 창시자인 미국의 게리 크레이그 이론에 따른 해외 연구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 관계자는 "한방 신의료기술 결정의 근거가 영미의 보완대체요법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믿을 수 있는 국내 연구가 전무한 상황인 만큼, 감정자유기법을 한의학에 기반한 한방 신의료기술로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지난달 26일 <span class='searchWord'>한국보건의료연구원</span>(NECA) 앞에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지난달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앞에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 신의료기술 인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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