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 더 늦출 수 없다"
"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 더 늦출 수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6.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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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징계권 확보 통해 사회적 신뢰·공정성 담보해야
KMA POLICY·의정연 등 지속가능한 정책 개발 필요
의사면허제도 해외단기연수 보고회에서 최대집 의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의사면허제도 해외단기연수 보고회에서 최대집 의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의사면허제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해외 각국의 의사면허관리 기구 운영 현황을 통해 우리 상황에 맞는 면허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30일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면허제도 관련 해외단기연수 보고회'를 열고 자율징계권 확보를 근간으로 한 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의협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4차에 걸쳐 방문단을 파견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독일·캐나다·미국 등지의 의사면허관리제도를 돌아봤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발급·관리되고 있는 현행 의사면허제도는 면허시험·면허신고 및 갱신·보수교육 등 다양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다양한 해외 사례 분석과 연구를 통해 독립된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의사면허관리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도출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태국의 현황을 돌아본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장(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은 "인도네시아 의사면허관리기구는 15년간 협상 끝에 지난 2005년부터 대통령 직속 법정단체로 운영되고 있었고, 태국 역시 1968년 독립기구로 설립했다"며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긴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필요성을 더 자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율징계는 평생교육과 면허관리를 아우른다. 스스로 정화를 할 수 없는 집단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장(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인도네시아·태국의 의사면허관리기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백진현 전라북도의사회장(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인도네시아·태국의 의사면허관리기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의사면허관리기구 운영 상황을 짚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말레이시아는 'Medical Act 1971'에 따라 면허관리기구가 독립돼 있으며, 전체 예산의 20%를 정부가 지원한다. 의사 등록·등록증 발부, 의학교육·수련과정 및 기관 승인, 진료활동 부적합 의사에 대한 사례 고찰, 의료행위 및 의료윤리 표준 개발, 의사 징계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보건부 산하 법정단체로 출범했으며, 의사 면허 등록관리·보수교육 시행·의사 행동 강령 및 윤리 관장 등을 맡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의사 면허를 '면허 취득 후 수련'·'외국인정 의대 졸업'·'의대 졸업 후 박사과정'·'특정조건 부여'·'일반의'·'전문의'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철호 의장은 "자율적·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협 중심으로 자율규제권 확보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의사면허관리기구 상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의사면허관리기구 상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사회와 북부 독일 의료감정원을 돌아본 김병석 대구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독일 의사면허 주무 관청은 주 보건성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면허관리는 주 의사회가 맡고 있다"며 "자율규제시스템이 독일의료제도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 의장은 "의과대학 운영 및 의사면허 발급까지는 정부가 관할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주의사회 주관으로 의사자율규제기구의 감독을 받고 있다. 또 1975년부터 각 주마다 의사회에서 의료과실조정위원회와 감정위원회 운영을 명문화해 법적 소송절차 대신 의사와 환자가 독자적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독일 현황을 소개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관리기구(CPSO)에는 주에서 활동하는 모든 의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의사면허 발급 ▲동료평가 및 보수교육 등을 통한 진료 표준화 감독·유지 ▲진료 정책 수립 ▲의사에 대한 불평사항 조사 해결·전문가 윤리위반 행위 부적격 의사 징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정성균 의협 총무이사 발제)는 "CPSO에는 300명 이상의 직원과 수많은 위원회 위원들이 참여해 면허관리 관련 엄격한 절차와 형식을 준수한다"며 "많은 비용이 들지만 주민과 의사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면허관리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 전문가적 자율성 보장, 진료권 보장 등 의사 사회에 훨씬 더 큰 사회적 보상을 돌려준다"고 지적했다.

김형진 가톨릭의대 교수는 캐나다의학회에서 주관하는 인증업무에 대해 소개했다. 캐나다의학회는 17개 의대에서 시행하는 800여 종류의 전공의 프로그램 승인, 전문의 자격인증, 전국자격인증시험, 평생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및 제공, 의학교육체계개발, 공공의료관련 정책 분석 및 제시, 의학교육과 의학정책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한다.

김 교수는 "캐나다의학회는 다양한 전문분야의 교육프로그램, 평생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인증유지를 맡고 있다"며 "전통을 존중하면서 전단가 단체 스스로가 국민 건강과 세계적 전문의학교육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ME)은 의사들의 평생교육(CME)과 전문직업성개발(CPD) 관리와 인증을 맡는다.

ACCME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한 박정율 의협 부회장은 "의료윤리·의료법령 등 필수교육 2시간을 포함해 3년간 최소 총 26시간으로 규정된 의무연수교육 시간은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일본도 2010년부터 3년간 최소 60시간을 의무화했으며 미국은 연 20∼25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연수교육 평점에 대한 재고와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강좌 활성화, 연구교육기관 재지정 관리 정상화, CPD 방식 전환 미흡, 나열식 교육컨텐츠 지양, 인증업무 전산화 및 정보 자료 보관, 연수교육 시행·평가 전담 인력 확충·독립성 확보 등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느낀 소감을 옮겼다.

안 소장은 "회의 진행 중에도 지속적으로 상호존중, 전문가적이고 윤리적이며 안전성을 담보한 발언을 요청받았으며, 회의진행 규범에 대한 행동수칙을 수차례 강조했다"며 "모든 의사소통에서는 반드시 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하며, 이같은 기준은 회원간의 SNS 역시 포함된다"가 말했다. 이어 "오랜시간 동안 다져진 직무 역량과 지속가능한 정책 개발을 위한 리더십 구조와 규범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조직의 단결과 합의를 존중하고 정치적·투쟁적이지 않은 전문직 협동회의로서의 품격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해외 각국의 의사면허관리 기구 운영 현황을 통해 우리 상황에 맞는 면허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협회 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면허제도 관련 해외단기연수 보고회'를 열고 자율징계권 확보를 근간으로 한 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해외 각국의 의사면허관리 기구 운영 현황을 통해 우리 상황에 맞는 면허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협회 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면허제도 관련 해외단기연수 보고회'를 열고 자율징계권 확보를 근간으로 한 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의사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 어긋난 법감정, 법학과 의학이 공존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의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첩경은 면허관리제도의 확립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먼저 '해외연수로 무엇을 배웠는가'에 대해 이명진 KMA POLICY 위원은 "의사 자율징계권에 대한 현장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면허관리 및 재인증(등록)은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연착륙할 수 있다 예비면허·진료면허 분리도 고려할 수 있다. 유예기간을 두고 준비하다보면 수련제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어쩌면 의료일원화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율 의협 부회장은 "의학지식의 반감기가 1970년대엔 5년이었지만, 지금은 1년, 4년 후에는 73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미 의사들은 고령임에도 명예직으로 일하며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사회와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히 되짚고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충분히 설득하면서 공존해 나간다"고 전했다.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는 의사면허관리기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의사면허관리기구가 통제수단으로 작용되고, 결국 의협의 힘만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을 듣는다"며 "법과 의학은 공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이나 관료들에 의해 의학이 지배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면허관리기구 독립은 불리하지 않다. 의사가 스스로 통제하고 스스로 곁가지를 쳐낼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의사면허관리기구 현황 점검이 의협에 주는 시사점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병석 의장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일부 동남아 국가의 의료관리체계는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며 "의사면허관리기구는 의사가 주도해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평가제와 면허관리기구 독립은 이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의협은 의료정책연구소나 KMA POLICY를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경희 의협 감사는 "의료분쟁조정원은 의협이 만들자고 해서 설립됐지만 우리가 갖는 실권이 없다.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며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은 우리만의 것이어야 하는데 왜 그것에 도전을 받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모든 일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밖에 안되나. 수가 보다는 근본적 문제에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 감사는 "의협은 의사의 질 관리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해야 하나, 정부와의 관계에서 힘을 어떻게 가질까, 국민을 위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나 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의협 감사도 "최근 일부 부도덕한 의사로 인해 대부분의 선량한 의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면허관리를 통해 스스로 정화하고 이런 입장을 능동적·적극적·선도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역량 강화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와 윤리적 인정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면허관리기구가 회원들에게 권력기구가 되면 안 된다. 처벌보다는 예방·교육·재활이 목적이 돼야 한다"며 "윤리의식 고취에 방점을 두고 억울한 회원이 한 사람이라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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