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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 재활, 요양병원 병동제가 답일까? 독일까?
회복기 재활, 요양병원 병동제가 답일까? 독일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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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 병동제 놓고 '동상이몽'
요양병원협 "병동제가 답" VS 재활병원협 "재활난민 해결 못해"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가 올해 말부터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활의료기관의 높은 지정기준 장벽에 힘들어하는 요양병원들이 '회복기 재활 병동제' 카드를 들고나왔다.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서울·인천·경기 이외의 지역은 2명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뇌 손상, 척수손상, 근골격계 등의 회복기 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하는데, 병원 단위로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때문.

보건복지부는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 신청을 받아 올해 말경 제1기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에 참여할 급성기병원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지정받지 않으면 현재의 시범사업처럼 일부 대도시에만 재활의료기관이 설립되는 상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은 쉬운 일일까?

이에 대해 요양병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요양병원 가운데 최대 4인실 이하, 병상 간 이격거리 1.5m, 주차장 시설면적 150㎡당 1대(요양병원 300㎡당 1대) 등의 재활의료기관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거의 없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군·구 소재 요양병원들은 의료인 구인난, 재활환자 비율 등을 이유로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을 강행하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대도시에만 집중해 시·군·구 지역 환자들은 재활 난민으로 전락하고, 더 많은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을 배제하고 급성기병원만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면 효율적인 재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더군다나 "급성기병원 중심의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시행할 경우 재활 난민 및 의료비용 상승 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요양병원 회복기 재활 병동제를 도입해야 이런 심각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병원은 현재 병동제 방식으로 재활, 호스피스, 치매, 암 등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서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이 회복기 재활을 충실히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재활 심사기준과 수가 구조가 급성기병원과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라면서 "급성기병원과 재활기준 등을 같이 적용하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요양병원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손 회장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 재활 허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찬성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면 극히 일부 요양병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환자 중심의 재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대안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회복기 재활 병동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요양병원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병상 총량제 없이 병동제를 운영하면 대형병원만 배를 불리게 되고, 중소형 요양병원들은 환자가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현재 회복기 재활 병동제는 주로 대형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얘기되고 있는데, 만일 병동제가 실시되면 형평성 차원에서 급성기 병원과 한방병원에도 회복기 재활병동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 종합병원이나 급성기 병원, 한방병원 등에서 회복기 재활 병동을 대거 개설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일부 대형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형 요양병원에는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퇴원시키지 않고 지속해서 돌보기 때문에 재활환자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일본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유지기로 병상 기능을 지정해 병동제로 운영하고 있고, 이는 지역과 인구에 따른 병상 총량제가 기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법령상 병원 단위로 의료기관의 기능을 나눠 운영하고 있고, 병상 총량제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섣부르게 회복기 재활 병동제를 시행하면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현재 회복기 환자에 대해 일정기간 입원료 삭감을 유예하겠다고 하니까 대학병원에서도 회복기 재활 치료를 하겠다고 하면서 병원을 신축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이런 상황에서 병원제보다 훨씬 투자의 부담이 적은 병동제를 허용하게 되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장기 입원 시 입원료가 삭감돼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내보냈던 종합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급성기 병원에서 재활 병동을 개설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걱정했다

따라서 "재활 난민의 문제는 요양병원의 재활 치료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들이 급성기 병원을 전전하면서 입·퇴원해 생긴 것으로, 요양병원에 병동제를 허용해 준다고 해도 결국 요양병원의 재활 치료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는 한 재활 난민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앞두고, 요양병원 규모에 따라 해결방안이 다르다 보니 제도를 시행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 병동제를 주장하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해 본사업을 추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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