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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와 '야간 당직 근무'
입원전담전문의와 '야간 당직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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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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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적으로, 전국 내·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124명 중
야간 당직 근무하는 전문의 채 20명도 되지 않아…"

이전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전공의 수련을 받을 때 야간 당직 근무가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전공의법에 의해 연속 수련 시간제한 및 연속 수련 후에는 휴게시간이 주어지지만 8년 전만 해도 연속 3일 당직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주간의 바쁜 정규 업무를 끝내고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병동의 전화를 받고 응급 대처를 하는 과정들을 연속해서 3일을 하다 보니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전공의에게 있어 당직의 시간은 온전히 당직 콜만 받는 게 아닌 다음날 회진 준비 및 발표 준비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연속해서 당직을 서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판단은 흐려지게 되고 당직 때 올바른 대처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그에 대한 질책을 듣는 과정 또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전공의 수련을 빨리 끝내고 야간 당직 근무가 없는 전문의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그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야간 당직 근무를 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달을 5주로 보았을 때 2주의 주간 근무 → 4일 오프(off) → 3일 야간 당직 근무 → 1주의 오프(off) → 4일 야간 당직 근무 → 3일 오프(off)로 이루어지는 순환 스케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5주 중에 총 1주일을 야간 당직 근무로 근무합니다.

야간 당직은 주간 근무는 없이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4시간을 근무하는 근무입니다. 야간 당직 때의 업무는 전공의 때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야간에 환자에게 발생하는 상황을 대처하고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환자가 올라오면 환자의 의무기록과 처방을 합니다.

사망 선언을 하고 병동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심폐소생술도 시행해야 합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긴급 대응팀 (Rapid Response Team)이 있어서 갑작스런 중환자 발생 시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위의 업무에 더해 혹시나 바쁜 주간에 누락되는 검사 결과나 처방을 확인해 교정을 하기도 합니다. 편안하게 당직 근무가 종료될 때도 있지만 1시간 간격으로 계속 응급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야간 당직 근무를 보내면 말 그대로 탈진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간 당직 근무가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야간 당직 근무에 따른 체력적인 소모·불면증·우울감 등 다양한 문제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간 당직 근무가 있는 주는 전날부터 수면 시간을 조절하고 먹는 식사 종류의 조절 등 제 나름대로의 루틴(routine)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3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든 루틴이지만 정말 제 생각대로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런 고민은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적으로도 전국 내·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124명 중 야간 당직 근무를 하는 전문의는 채 20명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의가 야간 당직 근무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야간 당직 근무에 따른 다양한 문제도 있지만 야간 당직 근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간 당직 근무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은 입원전담전문의 뿐만 아니라 온콜 당직을 서는 여러 과 전문의 선생님들께도 적용되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야간 당직 근무를 하고 다음날 외래와 시술을 이어서 해야 하는 전문의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어쩌면 야간 당직 근무를 하고 나면 오프가 있는 저의 스케쥴을 보시고 "도대체 뭐가 힘든 거지?" 하는 선생님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병원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야간에도 반드시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련을 받는 전공의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야간 당직 근무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만 야간 당직 근무를 맡기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그 해결책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를 장래의 직업으로 고민하는 전공의 선생님들도 야간 당직 근무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야간 당직 근무가 생기면 사직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환자 안전과 입원환자 진료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야간과 주말에 더 많은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큽니다.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의 역사가 20년이 넘는 미국의 경우는 야간 전담의(nocturnist) 도입과 이에 대한 보상을 통해 야간, 주말 진료 공백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자체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처음부터 미국과 같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의료 체계 및 지불 체계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제도를 똑같이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야간, 주말 진료 공백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단기간 내에 바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병원·정부·학회의 지속적인 고민과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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