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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컷' 급여신청 철회, 비난 쏠리는 이유?
'라디컷' 급여신청 철회, 비난 쏠리는 이유?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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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시장 약가 상향 위해 한국서 급여 포기
업계 RSA 확대 요구 속 라디컷 사건 영향 관심

루게릭병 치료제의 국내 급여 신청을 포기한 '미쓰비시다나베코리아주식회사'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단순한 약가 문제가 아닌 더 큰 시장의 약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아내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쓰비시다나베의 행태에 국내 루게릭 환자는 계속해서 전액 본인부담으로 약가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며 미쓰비시다나베는 최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통칭 루게릭)' 치료제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 철회 의사를 밝혔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치료 옵션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ALS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급여 절차를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국내 외에서의 약가 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돼 고심 끝에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약가 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협상 철수 배경이라고 설명한 것. 하지만 미쓰비시다나베의 주장은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 취재 결과와 다소 괴리가 있다.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라디컷의 '환급형 위험분담제(RSA)' 신청을 받아들였다. RSA는 공개되지 않는 실제가격과 표시가격의 차이를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급여권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당시 표시가격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졌다.

이후 실제가격에 대한 협상을 건보공단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돌연 미쓰비시다나베가 자신들이 이미 합의한 표시가격의 상향조정을 정부 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급여신청을 철회한 것.

미쓰비시다나베는 왜 표시가격 상향조정을 요구했을까?  취재 결과, 미쓰비시다나베 본사는 캐나다 약가를 보다 높게 받기 위해 표시가격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정부도 라디컷의 급여 약가를 결정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약가를 참조하고 있는데 한국도 약가 참조국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17년 5월 캐나다 보건부는 국제 약가비교 참조국 바스켓을 변경했다. 기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영국·미국에서 미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 한국 등을 포함했다.

이는 표시가격과 실제가격의 차이가 심화되면서 표시 최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새로 추가된 국가는 캐나다에 비해 신약 출시가 적고, 출시 시기가 늦은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

결국 미쓰비시다나베의 국내 급여신청 철회는 표시가격의 인플레이션을 보완하겠다는 캐나다의 바스켓 변경 취지를 무색케 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국의 표시약가가 지나치게 낮아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캐나다는 최저 가격이 아닌 중간 가격이나 최고 가격을 참조하고 있기 때문.

결과적으로 미쓰비시다나베는 캐나다에서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기 위해 국내 루게릭 환자의 접근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이 이윤을 좇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보도자료에서 미쓰비시다나베가 밝힌 "희귀질환치료제의 판매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분들의 치료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는 내용과 이율배반이다.

이에 대해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외부적으로 환자 우선이라고 얘기하면서 환자 우선이 아닌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걸 누구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부가 협상에서 비타협적 자세를 보인것처럼 자료를 낸 것은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비급여 공급가 인하 등 환자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다국적제약계가 국내 보건당국을 향해 RSA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쓰비시다나베의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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