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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안민석 의원님, 일개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대가 치르게 한다고요?"
"안민석 의원님, 일개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대가 치르게 한다고요?"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9.06.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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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안한사랑병원 부원장(경기도 오산·정신건강의학과)
이동진 편안한사랑병원 부원장ⓒ의협신문
이동진 편안한사랑병원 부원장 ⓒ의협신문

이동진 부원장은 한동안 '멘붕'에 빠졌다. 한 달여 동안 진료는 고사하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병원 규모의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을 운영하려 신청서를 제출했고 허가를 받아 병원을 개원하려 했을 뿐인데 지역사회와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사람'이 돼 버렸다.

특히 안민석 국회의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개원을 반대하는 주민과의 설명회에서 자신에게 "일개 의사가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라거나 "3대에 걸쳐 재산을 다 털어놔야 한다", "소송을 하면 (병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하겠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낸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이동진 부원장은 유력 정치인의 말이라 "심한 압박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최근 이동진 부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들어봤다.

<일문일답>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역주민과의 공청회에서 '만일 허가취소에 대해 소송을 하면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경찰이나 소방서 등 지역 사회와 교류를 한다. 안민석 의원과도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서로 정치 얘기도 하고 그랬다. 평소 약자를 위해, 정의를 위해 애쓴다고 생각한 안 의원이 저렇게 나가는데 할 말을 잃었다.

여당 유력 정치인인 안민석 의원이 주민과의 공청회에서 '허가취소를 했는데 소송을 하면 특별감사를 받게 하겠다'라거나 '여러분(정신건강의학과 병원 허가 반대 시민)이 겪은 고통, 분노, 쏟았던 에너지, 시간 이거 다 합치면 (이 원장이) 삼대에 걸쳐 재산 다 털어놔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무섭지는 않았나?

심적인 압박을 크게 받았다. 처음에는 죽고 싶었다. 18년간 오산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원했다. 시민을 위해, 환자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소명을 다하고 싶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스러웠다.

지금은 강해지려고 한다. 그런 잘못된 압박에 꺾이지 않겠다. 최근에는 '성경 말씀'을 잡고 간다. 전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이 약한 저를 강하게 만들려고 그러시는 게 아닌가 요즘 생각한다.

오산시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병상 개설을 허용해 운영하려 한 것으로 안다. 안민석 의원에게 이런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을 했나?

친척이 운영 중인 오산 세교에 '평안한사랑병원'에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설하고 일반 병상을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으로 전환하는 안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랬더니 오산시 보건소가 지난 4월 23일 운영을 허가했다. 126병상이 폐쇄 병상이고, 14병상이 개방 병상이다. 신청서 내고 몇 가지 보완사항이 있어서 다 했다. 개설할 수 있느냐고 허가기관에 물었고 허가기관이 개설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런데 모든 비난이 저에게로 향해 매우 당황스럽다.

병상당 전문의 숫자를 채우지 않았다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오산시가 지난 4월 23일 내린 운영 허가 결정을 최근 취소한 것으로 안다.

오산시 보건소는 2017년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허가를 이미 냈다. 만일 허가를 취소하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허가를 시행규칙에 따라 내줬다가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고 10년도 전(2008년)에 내려진 복지부 유권해석을 가져다 허가를 취소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게 합리적인 시정인가? 오산시의 결정이 합당한지 법원에 물어 보겠다. 오산시가 내린 허가취소 결정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변호사를 이미 선임했다.

이렇게까지 압박을 받는데도 병원 운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처음에는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회가 자꾸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배제하려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그걸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리나 배제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사회 문제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질환자가 쉽게,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산시에서 18년간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원하며 조현병 환자를 돌보고 치료했다. 모두 적절한 진료를 받고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과 오산시장, 복지부에 이렇게 호소한다. 정신질환자가 더욱 잘 관리되고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와달라. 정신과 의료기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개설을 반대하는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화는 했나?

두 차례 만났다. 마지막으로는 1일 만났다. 허가취소를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하겠느냐고 물어 '하겠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이 있어야 하지만 내 집 앞에는 안된다.' 참 답답한 현실이다. 장애인 학교도, 정신질환자 진료시설도 혐오 시설이 아니다. 조현병 환자 범죄 뉴스가 나오면 모두 미비한 정신질환자 관리 제도와 시스템,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가 되면 대답을 피한다. 답답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지역사회에서 나름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보호자를 잃어버린 조현병 환자나 알코올 중독환자를 지역 경찰서나 소방서로부터 인계받아 치료하고 입원비나 치료비를 떼이는 경우도 적잖게 겪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오산시에 사는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면서 '이 도시는 내가 지킨다'는 말도 안 되는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알코올 중독 환자를 응급입원시킬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할 것이다.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면?

10여 년 전 경찰 지구대와 소방서로부터 부탁을 받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남매를 왕진 아닌 왕진을 했다. 그때 그 남매가 집 안에 대용량 크기의 가스통 10개로 무장하고 있어 놀랐던 적이 있다.

같이 간 경찰과 소방관과 설득에 설득을 거쳐 가스통을 다 해체하고 남매를 입원시켰다. 관리가 잘 돼 그 남매가 모두 퇴원을 했는데 만일 그때 그 남매를 그대로 뒀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우리가 모두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꾸 내몰고 배제하고 없애려 하면 그 많은 정신질환자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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