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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탄원 운동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탄원 운동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9.06.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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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간호사에게 "도망치라!"...피하다 돌아서 동료 안전 확인
신경정신의학회 "자신 생명 위협받는 상황서 동료 먼저 챙겨"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탄원서 참여 사이트 ⓒ의협신문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탄원서 참여 사이트 ⓒ의협신문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위해 팔을 걷었다.

고 임세원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진료실에서 환자가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자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도망치라" "빨리 피해"라며 위험을 알리고, 간호사들이 안전한 지 확인하다 뒤좇아온 범인에게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5월 5일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의 자살예방과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예기치 않은 사고의 순간에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고 임세원 교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열린 의사상자 심의위원회에서는 고 임세원 교수에 대한 의사자 지정이 보류됐다.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릎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의미한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본인은 반대편으로 도피했다"며 "가다가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봤고,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도피를 시작했다.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고 임세원 교수는 본인을 찾아온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환자들을 위해 외래진료 시 전력투구한다고 서술했다"고 언급한 신경정신의학회는 "그의 책임감은 한 해 마지막날 진료에도 이어졌다. 예약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보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책임을 다했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유가족을 통해 받은 법원·경찰 수사 자료를 보면 진료를 하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인은 옆방으로 이동하면서 외래간호사가 문을 열자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외래간호사의 반대방향으로 뛰어나갔다"면서 "바로 뒤따라온 피의자가 외래간호사에게 칼을 휘두르자 고인은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멈추었고, 간호사스테이션 쪽으로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쳤다. 이 소리에 피의자는 임 교수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후 비극이 벌어졌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 임세원 회원을 기리기 위해 강북삼성병원 본관 로비에 설치된 '추모의 벽'. 추모의 벽에는 의료진과 환자들, 일반 추모객들의 글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고 임세원 회원을 기리기 위해 강북삼성병원 본관 로비에 설치된 '추모의 벽'. 추모의 벽에는 의료진과 환자들, 일반 추모객들의 글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고 임세원 교수는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도 ▲사람이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간호사와 반대 편으로 피한 점 ▲본인의 안전을 위해 계속 뛰지 않고 멈춘 채 뒤 돌아서서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한 점 ▲다른 간호사에게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를 질러 피의자가 자신을 돌아보도록 환기하고 뒤쫓게 한 점 등을 짚은 신경정신의학회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주변의 동료 의료인과 환자들의 안전을 우선시 한 의사자로서의 행동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위기 상황을 지켜본 동료간호사는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비통한 상황에서도 유가족은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인은 유지를 밝히며 조의금 1억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줬다. 

의사자 지정을 신청한 고 임세원 교수의 부인은 "저희 가족이 남편을 아빠를 황망히 잃게 되었으나, 그래도 남편이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간호사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한 의로운 죽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지 않고 의사자로 지정이 되면 저희 가족, 특히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될 듯합니다"라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는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많은 동료의료인, 예비의료인 그리고 국민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다"면서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오래 추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 호소했다.

고 임세원 교수 의사자 지정 탄원서 참여 사이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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