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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금 미납 의료기관, 재개업 '불가'…"과도한 권리 침해"
손해배상금 미납 의료기관, 재개업 '불가'…"과도한 권리 침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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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분쟁조정제도 근본적 개선없인 대불제 수용 못 해"
평등·자기책임·법률 유보·포괄위임입법 금지 등 "헌법 위배"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사고 손해배상 대불금 구상을 거부하고, 폐업한 의료기관이 대불금 미납 상태에선 재개업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가 과도한 권리 침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해 "그 어떤 직종에도 부과되지 않는 과도한 권리침해이자. 지나친 국가 개입"이라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4월 18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사고 손해배상 대불금 구상을 따르지 않고, 폐업한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이 대불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보건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윤 의원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나 보건의료인이 조정중재원의 대불금 구상을 거부하고, 의료기관을 폐업한 후 재개설하는 등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손해배상금이 큰 의료분쟁의 경우 대불금 지급액이 많아져 대불금의 재정 악화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사고로 인한 대불제도 이용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의협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인에 대한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을 도외시하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에만 편향된,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대표적 실패사례"라고 비판했다.

먼저, 손해배상 대불청구가 제도 운영방식에서 헌법 위배 소지가 다분하다고 짚었다.

대불제도는 의료기관개설자를 대상으로만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제를 갖는다. 금액과 납부 방법·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포괄위임하고 있다. 부담 비용 납부의 방법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의협은 "이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대불제도의 당사자인 환자의 경우, 동 제도로 인해 유일하게 이익을 향유하는 사람임에도 정작 대불제도를 위한 재원 확보대상에 배제돼 있다. 평등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대불제도는 귀책 사유를 불문하고,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개설자에게 손해배상에 필요한 모든 재원을 강제 납부토록 규정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초기에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재원이 적립된 이후에 추가로 징수할 비용은 결손을 보충할 정도에 불과하다. 보건의료기관개설자들에 대한 대불비용 부담금의 징수가 시행 초기와 같은 정도의 금액으로 정기적·장기적으로 유지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특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2018년 1월 3일에는 '대불 청구 건수 증가 및 대불금 고액화 추세로 인한 운영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의원급 보건의료기관 개설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대불금 추가징수 공고가 나왔다.

의협은 헌재 결정에 대해 "대불비용 징수제도는 시행 초기 대불비용 부담금 재원을 위한 것으로, 그 부담은 일회적이고, 적립된 이후 추가적 부담은 결손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로 든 것"이라고 해석하며 "2018년 추가징수 공고는 해당 전제가 현재 대불제도 운영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해배상 대불금 청구를 조정중재원의 조정 및 중재 사건뿐 아니라, 소비자기본법상의 조정이나 법원 판결까지 확장시켜, 대불금의 비정상적 고액 지급 등 자금고갈이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의협은 "중재법상 대불제도는 개인책임의 원리에도 반한다"며 "다만, 의료분쟁의 형사분쟁화나 시간·비용이 과도하게 요구되는 민사소송 등을 지양하기 위해 중재제도 이용 시에만 그 손해를 전체 의료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수용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동 개정안과 같이 구상률이 저조한 개선안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을 갖기 위해선 대불금의 재원이 국가재정에서 지출돼야 한다"면서 "대불금의 제공 주체가 전체 보건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대불제도의 폐단을 더욱 부추기는 동 개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한다"면서 "더 나아가, 법률상 손해배상금 대불조항의 삭제 또는 대불비용 재원을 국고에서 지원토록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의료분쟁조정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손해배상 대불제도를 수용할 수 없음을 강력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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