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없는' 재정위 광폭 행보...속절없는 공급자단체
'견제없는' 재정위 광폭 행보...속절없는 공급자단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5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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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0억원→1조 478억원, 하룻밤새 수천억 '고무줄 밴딩'
수가협상 불공정 시비 올해도 계속...공단 "개선책 모색"
수가협상 마감일인인 지난 5월 31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이 피곤한 얼굴로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수가협상 마감일인인 지난 5월 31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이 굳은 표정으로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내년 수가결정을 위한 공급자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이 1일 모두 마무리됐다. 결렬을 선언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제외한 전 유형이 이날 아침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돌아갔다.

협상 종료 시간은 1일 오전 8시 30분. 법정 마감시한을 넘긴 '새벽 협상'이 관행이 된 지는 오래지만, 올해는 아예 하루를 꼴딱 넘겨 1일 아침이 돼서야 모든 협상이 끝났다.

이날 공급자단체와 공단이 협상장에 머문 시간은 무려 18시간 30분으로, 역대 최장기 협상기록을 깼다. '깜깜이 밴딩'에 '버텨야 오른다'는 고육지책의 경험이 결합한 처절한 기록이다.

수가 협상의 핵심 재정위가 정한 '파이 나누기'

차년도 수가결정을 위한 공급자단체와 공단의 협상은 통상 5월 공급자단체 대표와 공단 이사장의 상견례로 시작한다. 각 공급자단체와 공단은 상견례 이후 각자 회의 일정을 정해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 초반에는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기관 경영현황 등 건강보험제도를 둘러싼 환경변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공단은 "현재의 건보재정 상황이 이렇다"는 설명을, 공급자단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수가가 올라야 한다"는 얘기를 주로 주고받는다.

협상이 본격화되는 것은 협상 마감일인 5월 31일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파이(밴딩, 추가재정소요분)에 따라 양자간 본격적인 수가인상률 '수치'가 오가기 시작하는 날이다.

현행 수가협상 방식에 있어 핵심은 재정위가 정한 파이, 즉 밴딩이다. 파이가 작으면 각 단체가 가져갈 몫도 줄어들고, 파이가 늘면 수가인상률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식.

밴딩 결정은 가입자 대표인 재정위의 몫이다. 이는 수가협상 체결 시 공단 이사장이 재정위의 심의·의결을 받도록 한 현행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 공단 협상팀은 수가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가입자의 '협상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공단 협상팀이 재정위가 정한 밴딩을 넘어선 협상을 진행할 경우, 재정위가 이를 의결치 않음으로써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 재정위가 정한 파이가 수가협상의 가이드라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룻밤 새 수천억원 '고무줄 밴딩', 공급자 버티기

31일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 의협 수가협상단의 대기실. 늦은 저녁이 주인을 찾지 못한채 늘어서 있다.
31일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 의협 수가협상단의 대기실. 늦은 저녁이 주인을 찾지 못한채 늘어서 있다.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밴딩이건만 공급자단체들은 모든 유형의 수가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공단 협상팀이 제시한 수치를 근거로 파이의 크기를 추정할 뿐이다.

밴딩 설정 과정이 어느 정도 객관성과 일관성을 가진다면 그나마 공급자들이 이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재정위가 제시한 첫 밴딩은 평균인상률 1.2%(5490억원)였다. 역대급으로 기록될 만한 낮은 수치다. 최초 밴딩에 근거해 공단이 각 단체에 제시한 최초 수가인상률은 의원급(협상대표 대한의사협회) 1.3%, 병원급(대한병원협회) 0.7%였다. 

재정위를 대신해 공단이 전한 '역대급 밴딩' 설정 사유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우려였다.

턱없이 낮은 밴딩에 당황스럽기는 공단도 마찬가지.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30일 만난 병협 대표단에 "재정위에서 원치 않는 수치(밴딩)가 제시됐다. 협상과정에서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라며 고개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재정위는 31일 수 차례에 걸친 소위 및 전체회의를 통해 밴딩을 평균인상률 2.29%(1조 478억원) 수준까지 키웠다. 최초 결정분에 비해 최종 파이의 크기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각 단체에 주어진 최종 수가인상률은 의원급 2.9%(결렬), 병원급 1.7%(타결)다. 

재정위가 협상 마감 당일, 각 단체 협상 진행상황을 살피며 밴딩을 올리는 모습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패턴. 공급자단체가 매년 밤을 새가며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티다 보면 파이가 늘어나니 공급자 입장에서는 버티다 더 얻어가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 셈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1.2%의 비밀...부르는 게 값?

재정위는 왜 첫 밴딩을 작년보다 크게 낮은 1.2%로 정했을까? 최종 파이는 왜 2배 이상 늘어났을까? 협상이 모두 끝난 지금도 그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최병호 공단 재정운영위원장(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은 "협상의 과정"이라고 일련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최초 밴딩 설정 배경에 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의료이용량과 진료비 모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현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파이의 크기를 2배 이상 늘린 이유에 대해서는 "협상과정에서 공단으로부터 공급자들의 상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밴딩을 조정해 나갔다"며 "최종적으로는 공급자와 가입자가 상호협조 하에 건강보험 제도를 잘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했다.

"최초 밴딩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고 하나, 초기 협상단계에서는 공급자 측도 턱없이 높은 수가인상률을 부르지 않는가. 모두 협상의 과정"이라고 밝힌 최 위원장은 "현재의 협상 구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장기적으로는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깜깜이 협상으로 인한 소모전이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 재정위가 제시한 첫 밴딩은 평균인상률 2%(8232억원), 최종 밴딩은 2.37%(9758억원)였다. 밴딩 조정 폭은 0.37%p, 조정금액은 1532억원 정도. 반면 올해 재정위가 내놓은 최초-최종 밴드간 격차는 무려 1.09%p에 이른다. 파이 크기는 2배, 금액으로는 5000억원 가깝게 차이가 벌어진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해가 갈수록 조정 폭을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협상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이에 비례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정위 광폭 행보에 흔들리는 공급자 단체 

아이러니하게도 수가협상 종료 후 확인된 최종 파이는 매년 2% 내외로 꽤나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매년 통상의 수준에서 수가 인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재정위가 광폭 행보로 판을 흔들고, 공급자단체들이 이에 따라 흔들리는 모양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상식선의 수가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재정위가 실제로 턱없이 낮은 수준의 밴딩을 끝까지 고수한데도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보니,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공급자단체가 재정위가 내놓는 밴딩에 일희일비 하는 이유다. 

ⓒ의협신문
연도별 환산지수 계약 결과

수가결정 구조 개편 해묵은 과제, 다시 시작해야

현행의 수가결정 구조가 비합리적이라는데는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급자단체들은 협상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밴딩 폭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재정위와 공단 측은 '협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법 개정도 수차례 추진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매번 무산됐다.

실제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지난 18대 국회 시절인 지난 2010년 수가 결정에 관한 재정위의 심의·의결 권한은 '자문'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11년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수가결정 구조개편을 골자로 하는 같은 법 개정안을 내놨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해 임기만료 폐기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가입자를 대리하는 공단과 공급자가 다음년도 수가를 결정하기 위해 협상을 벌인다는 모양만 갖췄을 뿐, 지금의 수가협상은 협상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 소모적인 연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가협상에 있어 재정위에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면서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이 관계자는 "재정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그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단도 공감을 표하며 정부와 함께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청희 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을 둘러싸고 여러 비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며 "소모적인 협상을 지양하고, 가입자와 공급자간 소통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조속한 시일 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제도발전협의체를 운영,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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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2019-06-05 13:40:47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면서 문케어까지 하고... 재정건전성 책임은 병/의원에게 떠넘기기??
게다가 법률로 정해진 건보지원금도 매번 깎고...

국민을 갣됃지로 보는건 어느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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