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할인 원내 포스터 '환자 유인행위'?
비급여 진료비 할인 원내 포스터 '환자 유인행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4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재 "비급여 진료비 할인 상품권 제공…환자 유인행위 아냐" 판단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의료법 위반 인정한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지인을 소개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포스터를 건물 내부에 게시한 행위(광고)는 의료법에서 금지한 '환자 유인행위'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5월 30일 상품권을 제공해 환자 유인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의사(청구인)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한 의료법 위반 사건에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A의사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A의사는 2017년 2월 초부터 같은 해 3월 16일까지 약 1개월 동안 병원 1층 엘리베이터 앞 입간판에 지인을 소개하는 기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을 수 있는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시했다. 

검찰은 영리를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이나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나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해 전과자를 만드는 것보다는 다시 한번 성실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형식적으로 불기소처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

헌재는 ▲청구인의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적 행위 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청구인의 행위가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것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헌재는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의 규정에 의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 불특정 여러 사람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인데, 비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시한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 제공'은 환자가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할 만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허용할 경우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A의사가 환자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의 실질은 A의사의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내지 면제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거나 유통시키는 등 이를 본래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쉬운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상품권이 A의사의 병원에서 사용되는 것 외에 달리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수사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며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 또는 면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품권 제공 취지의 포스터 게시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금품 등 제공 행위에 준하는 행위라고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의사의 행위가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A의사가 게시한 포스터 내용은 지인을 소개한 기존 환자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포스터는 사실상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만 볼 수 있는 병원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에 게시된 것에 주목했다.

헌재는 "제한된 공간에 포스터가 게시된 기간은 약 1개월에 불과하고, 상품권은 A의사의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비급여 진료 혜택을 1회 받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A의사의 행위가 의료시장 질서를 현저하게 해칠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과거 수차례 의료인의 의료광고 행위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지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0. 10. 28. 2009헌마55, 헌재 2013. 11. 28. 2011헌마652, 헌재 2017. 5. 25. 2016헌마213 등)"면서 "검찰이 A의사에게 한 기소유예 처분은 A의사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