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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온콜(On-Call)제도…의료진 법적 휴게시간 침범"

"병원 온콜(On-Call)제도…의료진 법적 휴게시간 침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6.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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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진료과, 한 달 절반 이상 주말·휴일·야간 대기 상태 유지
박창범 경희의대 교수 "적절한 보상 없인 의료질 보장 어려워"

박창범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병원 온콜(On-Call) 제도가 노동법상 보장해야 하는 의료진의 법적 휴게시간을 침범, 의료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현직 대학교수의 논문이 화제다.

휴식제도는 근로자의 피로해소와 여가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11시간 연속휴식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 이러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 특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경우 주간 업무 외에도 일종의 대기 근로인 휴게 대기(소위 온콜제도)를 해야 한다.

온콜제도란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병원에 복귀해 진료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대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진료과의 경우에는 한 달에 10일에서 15일까지도 대기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창범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최근 '종합병원에서의 호출 대기(소위 온콜제도)의 노동법상 문제' 논문을 통해 "온콜제도는 휴식 시간 내의 활동·이동 제한을 요구하고, 스트레스를 가중하지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며 보상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일반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와 다양한 휴식제도(휴게, 주휴일, 연차휴가 등)를 통해 장시간 근로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여가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장근로 제한과 휴게시간 고정이 어려운 보건업, 기타 운송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특례제도를 통해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제도를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제한없는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공중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특례업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다.

더군다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 1년 365일 매일 24시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인들은 장기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조사결과 봉직의(전문의)의 일일 근무시간은 10시간 25분, 대학교수는 11시간 54분, 종합병원 전임의의 경우 평균 13시간 14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기간 근무에도 전문의의 경우 포괄임금제도 등으로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더해 소위 온콜제도가 개별 휴게시간까지 침범하면서 의료진의 근로 형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박 교수는 "호출 대기(온콜제도)란 근로자가 자택이나 다른 장소에 머물 수 있지만, 사용자가 호출하는 경우 바로 근로를 할 수 있어야 하는 상태로 일종의 대기 근로에 해당한다"면서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근로 형태지만 여러 직장, 특히 응급상황이 있는 병원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휴일을 가르지 않고 발생하는 호출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주·야간 호출로 인한 수면 부족, 그리고 일과 휴식 밸런스붕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라고 밝힌 박 교수는 "현재 법으로는 온콜 대기의 경우 휴게시간으로만 인정받고 있을 뿐,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처럼 대기시간에 대해 보상(근로자 시간급의 약 10% 미만)을 원칙으로 하거나, 미국의 경우처럼 호출 대기로 인해 생활에 제약이 심한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거나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의사의 장기간 근로로 인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휴게대기는 휴게권을 침해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급상황에서 적절한 대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호출 대기시간 자체가 법으로 보장된 휴식시간 동안 근로자의 이동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힌 박 교수는 "호출 대기시간에 대해 합리적 인 보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의 이번 연구는 법학 분야 학술지 <이화여대 법학논집> 최근호에 실렸다. 

박 교수는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울산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경영학사 학위를, 고려사이버대학교에서 법학사에 이어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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