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적 응급환자 분류기준, 바꿔야"
"행정편의적 응급환자 분류기준, 바꿔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31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이언주 의원 5월 31일 '응급환자 합리적 기준 재설정 '국회 토론회
생명보다 행정편의 위한 분류기준...보건복지부 "기준 개선 힘 보탤 것"
대한의사협회는 이언주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환자 범위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는 이언주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환자 범위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령으로 응급환자 범위를 정한 이유는 응급의료관리료를 본인부담으로 할지, 보험으로 적용할지 정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응급·비응급 환자의 기준을 무 자르듯 자를 수는 없다. 행정 처리를 위해 임의적으로 응급환자 분류기준을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의료기관에 부당청구라는 멍에를 씌우고 있다"

생명보다는 행정편의를 위해 만든 응급환자 범위를 재설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공동으로 5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환자 범위 재설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행정편의적인 응급환자 분류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현행 법령은 응급환자를 질병·분만·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해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크게 진짜 응급환자 이른바 트루 이먼전시(true emergency)와 그에 준하는 사람을 모두 응급환자로 보며, 그 세부 내역을 하위법령에 목록화한 형태다.

문제는 응급환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응급의료종사자의 업무과로는 물론 응급실 내 환자 과밀화와 심각한 응급상태의 환자가 긴급한 응급치료를 받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정부가 정한 응급환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의 증상호소와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응급의료를 시행하고도 부당청구 기관으로 낙인 찍기도 한다.

현행 기준은 정부가 법령으로 정한 응급·준응급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는 비응급환자로 보아 그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의 응급증상 호소에 따라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시행했다 하더라도, 법령에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응급의료관리료를 건강보험으로 청구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정진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는 "의사는 불법이거나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환자를 도와야 한다고 배운다"며 "그러나 현행 기준은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 들지 않는)비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응급의료관리료를 삭감하거나 추후 그 비용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에게 비용을 받느냐의 문제일 뿐 병원이 받는 돈은 똑같다. 병원이 수익증대를 위해 부당청구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 정 이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응급환자 범위를 정한 이유는 응급의료관리료를 본인부담으로 할지 건강보험으로 적용할지 정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부당청구라는 멍에를 씌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일학 연세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도 "전문가 판단을 모두 목록화할 수는 없다"며 "의료 전문가가 맥락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을 하게 해야 하고, 전문가의 개별 판단이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적 권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언주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환자 범위 재설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는 이언주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환자 범위 재설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국종 아주의대 교수, 이언주 의원, 최대집 의협 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국회와 의협도 뜻을 같이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언주 의원은 "현행 법령상 응급환자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응급환자의 범위를 재정의하는 기준을 마련해 응급실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올초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길병원 전공의가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졌다"며 "이후 우리나라 응급의료와 의료진의 심각한 현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제도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정부도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강민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보건사무관은 "응급실 과밀화와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인과 일반이 모두가 알기 쉽게 응급환자의 기준을 개선하고, 병원 방문 전 상담체계와 병원 내에서도 환자분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응급환자 기준개선이 그 첫 출발이 될 수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도 입법과정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