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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토론장에 등장한 나체사진…왜?
'수술실 CCTV' 토론장에 등장한 나체사진…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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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수술실 보자고, 유출 위험 감수하겠습니까?"
해킹·유출 부작용 너무 커 VS 보안 장치 마련하면 돼
ⓒ의협신문 김선경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가 3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주관 '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모자이크된 여성의 나체사진이 토론장에 등장했다. 수술대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환자의 사진도 나왔다. 토론장은 술렁거렸다.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3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주관 '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수술실 CCTV가 설치된다면 이런 사진들이 영원히 기록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도 있고, 해킹당해 전 세계로 퍼질 수도 있다. 실제 정보 유출사례는 현실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수술을 포기하길 원하느냐?"

이세라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를 '교각살우'에 비유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득에 비해 발생할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세라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수술실 CCTV는 사실상 감시용"이라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은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긴장감은 실수를 유발한다. 한 번 잘못된 수술은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외과에서는 '수술절벽'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술실 안에서 열심히 수술해도 남들보다 잘 되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서 "수술실 CCTV로 감시를 강제한다면, 수술하려는 의사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찬성 측은 국민의 요구가 설문조사로 나오고 있음을 언급하며 설치를 통해 환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재명 경기도지사 ⓒ의협신문 김선경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의료인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있고, 납득할만한 우려도 있다"면서 "하지만, 불신에서 시작된 일은 불신을 걷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보안 문제 역시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실 CCTV운영은 의료인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경기도의 운영사례가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수치, 다른 해석'-경기의료원 환자 수술실 녹화 동의 66%, 경기도민 설치 필요 91%

토론장에는 '경기의료원 환자들의 수술실 녹화 동의율'과 '경기도민의 설치 필요 설문결과'가 거듭 언급됐다. 같은 수치를 두고, 해석이 갈렸다.

CCTV 설치 찬성 측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찬성률·국민들의 압도적 설치요구'라고 해석했지만 반대 측은 '의도된 질문 대비 높은 반대율·수술 실 내 불법행위 근절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일 뿐'이라고 봤다.

반면,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91%가 찬성했다는 의미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동의라기보다 '수술실 내 불법행위 근절 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답한 것이다"면서 "만약, CCTV 설치 외에 더 합리적인 불법행위 근절방안이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CCTV였을 뿐이다. 절대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수술실 CCTV 의무화 논란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환자가 제대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는 지가 우선돼야 한다"며 "의료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 논의해야 한다"고 핵심을 짚었다.

ⓒ의협신문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의협 집행부. ⓒ의협신문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경기의료원에서 환자들에게 수술실 CCTV 녹화의 장점을 설명한 뒤, 동의 여부를 물었지만, 동의는 60%대에 그쳤다"면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상당히 불안한 상태다. 동의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불안과 혼란을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민을 상대로 한 설문결과에 대해서도 "질문지에서 '마취수술 중,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누가 불안하지 않다고 답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이 26%나 나왔다. 환자들은 CCTV가 있다고 해서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신뢰할 때,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진료 현장을 왜곡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설문결과 및 경기의료원의 동의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들어 "영상 노출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감행하려는 환자들의 절박함을 알아달라. 노출 등의 위험은 환자들이 걱정할 문제다. 이는 화질·각도 등의 조절을 통해 침해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수술집중도 저하나 의료분쟁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TV 프로그램에서 수술장면을 촬영한다고 해도 '명의' 선생님들은 모두 수술을 잘 해내셨다. 수술실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CCTV는 자세한 처치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의료분쟁의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오히려 의혹을 해소해 의료분쟁을 줄일 수 있다. 신뢰를 더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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