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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부에 "조현병 치료 인프라 구축" 촉구
법원, 정부에 "조현병 치료 인프라 구축" 촉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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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공주 치료감호소 조차 재활·교육 못한 채 약물만 처방
서울고등법원 "정부, 조현병 환자 치료감호시설 설립·운영" 주문
ⓒ의협신문
ⓒ의협신문

법원이 이례적으로 감호소에 수용 중인 조현병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치료감호시설 설립·운영 예산을 지원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23일 조현병 증세와 강박 장애가 있는 자폐성 장애 환자인 20세 A씨(중증도 자폐성 장애, IQ 51, 사회 연령 7세 수준)에게 치료감호를 선고하면서 정부에 대해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자폐성 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4세 여자아이를 집어 던져 뇌진탕 등 상해를 가하고(상해죄), 이에 대해 항의하는 아버지를 폭행(폭행죄)한 혐의로 구속됐다.

제1심에서는 배심원들의 평결에 따라 벌금 100만원 및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피고인)는 양형 부당 및 치료감호처분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서울고법은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상해죄·폭행죄를 저질러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이지만, 단기 보호시설 입소 후 3∼4일 만에 퇴소당하고 20일이 지나지 않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면서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고,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재물손괴, 폭행,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거나 약식명령이 청구된 것도 치료감호 요건에 해당한다"면서 "피고인 및 가족에게 가혹한 처분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과 고민도 했지만, 향후 증세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치료감호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시설 및 프로그램이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치료감호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서울고법 재판부는 "치료감호소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적어도 약물복용은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국립정신의료기관 중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은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하다. 하지만 공주 치료감호소는 100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8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 이에 따라 자폐 장애로 진단을 받는 사람에 대해 약물 투약 외에 자폐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언어 및 심리 치료 과정은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현재 가족들만 온전히 부담하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면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실태를 내실있게 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정신건강의학계 한 관계자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입원환자 60명당 의사 1명을 두어야 하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조차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서울고법 판결에서 지적한 것처럼 단순히 약물만 복용케 할 것이 아니라 언어·심리 등을 비롯한 정신과 치료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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