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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미래, 환자 안전과 산업 진흥 접점 찾아야

헬스케어 미래, 환자 안전과 산업 진흥 접점 찾아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5.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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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산업진흥원, '헬스케어 미래포럼' 규제·안전성 가치 진단
"신기술 시장 진입 높은 장벽 결국 국민 건강관리에 장애"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의무이사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의무이사

환자 안전이 먼저일까, 산업 진흥이 우선일까.

두 명제를 충족시키는 명쾌한 접점은 찾아질까. 아니면 결국 안전성과 유효성 벽을 넘지 못할까.

눈 앞에 다가와 있는 헬스케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적 진전을 제도나 규제나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서울 글래드여의도호텔에서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제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열고 웨어러블기기·재택진료 등을 활용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 사례와 환자 모니터링·건강관리 등을 위한 혁신제품 개발, 스마트 건강관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희망 깃든 미래에 대한 진단은 합의되지 못한 사회적 인식 앞에 가로막혀 힘을 잃는다.

송시영 헬스케어 미래포럼 공동대표(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도 이 문제를 짚었다. 송 대표는 "우리는 각종 규제에 갇혀 기술발전을 뒤처지게 하고 있다"며 "인구고령화시대에 마주한 우리는 기술발전에 대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서울 글래드여의도호텔에서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제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열고 웨어러블기기·재택진료 등을 활용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 사례와 환자 모니터링·건강관리 등을 위한 혁신제품 개발, 스마트 건강관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서울 글래드여의도호텔에서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제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열고 웨어러블기기·재택진료 등을 활용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 사례와 환자 모니터링·건강관리 등을 위한 혁신제품 개발, 스마트 건강관리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환자 안전을 담보한 규제혁신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고 있으며 관련 기술 발달로 환자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분야가 비약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어떤 규제 개선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지 고심하고 있다.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웨어러블기기 중심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윤건호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80세 이후까지 건강하게 지낼수 있게 하는게 의료의 목적이 돼야 하지만 대부분 65세부터 고비용의 의료비를 쓰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 두가지 난제는 다른 해결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의료영역에서도 기술적 발전을 근간으로 치료에 결부시키면 예방적 접근이 가능하다.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에 의존적인 케어 시대는 이제 끝났다. 환자는 지속적으로 의사와 소통하고 코칭받기를 원하지만 현재와 같은 병원에 내원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는 이뤄지기 힘들다"며 "지난 50년의 변화가 인류 역사 가운데 3000년의 시간을 앞서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눈 앞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이 던진 두 번째 화두는 '재택진료 중심 환자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허 소장은 "환자 중심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이제 재택진료(방문진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마주할 현실"이라며 "인구절벽에 맞닥뜨리고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를 차지하는 현실에다 환자의 선택권이 부각되면서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모델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 노인의의료돌봄 수요 증가, 가족의 케어역량 약화, 노인 의료접근성 저하, 불충분한 서비스, 인간 존엄성, 삶의 질 향상 욕구 증대 등을 감안할 때 재택진료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새로운 기술은 국경을 넘고 있는데 인식과 규제의 장벽은 도태나 퇴보를 부른다"며 "진료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허 소장은 "움직이는 HIS·EMR시스템, 검사·진단장비 소형화, 개인정보 활용·보안 강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의료진-지역사회 케어매니저의 협업, 첨단기술 활용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환자건강 모니터링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의에서는 규제 개선을 통한 긍정적 전망과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강건욱 서울의대 교수는 "환자 정보는 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전제하고 "현재로선 정보가 흩어져 있을 뿐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환자가 스스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인쇄물에 제한된다"며 "의료법 환자정보 관리 조항에 '전자기록 형태를 포함한' 정도 문구를 삽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웨어러블기기 이용이나 재택진료에서도 환자 스스로 정보 관리를 통해 유효성을 확장할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글로벌 환자 커뮤니티 대문글 중에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절대 그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표현이 있다"라며 "국내 상황은 여러 규제에 막혀 환자 스스로 모든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규제나 안전성을 이야기 하기 전에 환자가 어떤 기기를 원하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며 "환자나 가족들은 단 하루를 살더라도 환자가 아닌 것처럼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장밋빛 미래가 품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김 사무국장은 "웨어러블기기를 이야기 하는 것은 원격의료 허용과 환자정보 빅데이터의 수집에 목적이 있다"고 비판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고 일차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수월한 한국 상황에서는 우려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아무리 익명화해도 IT기술은 바로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을 내 놓을 것"이라며 "환자의 유전자정보까지 공개되면 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부모형제자매나 후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극단적으로 범죄에도 이용될 수 있는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 사무국장은 "빅데이터를 통해 신약개발에 이용한다는 데 아직까지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에서 들어본 적 없다. 기업은 과학을 기반한 기술적 성공보다 산업적 성공을 더 우선한다"며 "고령화와 함께 의료접근성에서 소외되는 노인 빈곤율을 이야기한다면 노인의 삶에 대한 사회보장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산업 현장의 고충도 전해졌다.

양석래 유신 C&C 대표는 "2003년도 원격진료에 비전을 갖고 업계에 발을 들여놨는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업 현장 상황은 그대로"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헬스케어산업은 고객서비스를 배제하고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헬스케어에서 배제되서는 안 되는 재원마련과 적정 보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의무이사는 "원격의료를 통해 다양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의료의 주체인 의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없이 기기 공급에만 논의가 모아진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의료나 재택진료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과연 비용을 누가 어떻게 보상하느냐의 문제"라며 "환자 중심을 앞세우고 접근하기전에 진정으로 환자 중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택(방문)진료에서 불거질 수 있는 법적인 문제나 책임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 접근성 접근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신기술의 시장진입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해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이사는 "수단을 앞세우는 것보다 환자에게 필요하고 환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이 먼저"라며 "신의료기술은 임상시험 벽에 부딪히고, 난고 끝에 임상시험을 넘어서면 건강보험 급여 한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제도와 규제는 새로운 기술의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고 저적했다.

이 이사는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의료재료·장비의 50%, 약품 40%가 미국제품이다. 과거에 대부분이 유럽산이었는데 이렇게 바뀐 것은 미국은 의료를 산업으로 인정하고 신기술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라며 "공익적 관점에 치중하다보면 산업적 관점을 잃을 수 있다. 우리 안의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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