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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 환자의 삶이 계속되려면
희귀암 환자의 삶이 계속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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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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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송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효송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이제는 '암'도 '삶의 질 유지'라는 새로운 목표를 바라보는 세상이다. 그러나 희귀암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희귀암은 생존기간 연장이라는 1차 목표를 가능케 하는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다. 최근 진행성 연부조직육종 1차 치료제가 무려 40년 만에 등장해 큰 기대를 받았다가 3상 임상 결과에서 전체 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철수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희귀암은 환자 수 자체도 적지만 질환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진단이 늦어 진행 병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희귀암에 대한 관심 저하 및 약제 개발을 더디게 하며, 일반암 대비 부족한 치료옵션과 가이드라인은 암 치료 성적의 답보로 이어진다. 또한, 환자의 고통과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 고가의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삼중고는 희귀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ⅰ.

실제로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소에서 발표한 희귀암에 대한 첫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희귀암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암 대비 5년 생존율은 10% 더 저조하고 진단 후 1년 시점의 의료비는 평균 600만 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ⅱ. 다수의 해외 연구도 희귀암 환자가 일반암 환자 대비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더 낮다고 제시하고 있다 ⅲ. 

필자가 드물게 접하는 '연부조직육종'만해도 전체 암의 약 1%를 차지하는 희귀한 암으로, 세부 아형은 50가지가 넘어 의사들에게도 생소한 질환이다 ⅳ. 조직학적으로도 매우 다양하고 치료옵션이 많지 않아 환자의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다행인 것은 최근 신약 개발과 더불어 희귀암 치료에도 적용 가능한 젬시타빈·도세탁셀·파조파닙과 같은 표준치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몇몇 아형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으며, 환자 삶의 질에 긍정적인 치료옵션도 생겼다. 

연부조직육종 중 가장 대표적인 아형인 '지방육종'은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인 25∼45세 연령에서 주로 호발한다 ⅴ. 지방육종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완치율이 현격히 떨어지며, 전이 부위가 클수록 팔·다리를 절단하게 될 위험도 커진다. 그래도 지방육종은 두 가지의 화학요법 치료 실패 시에도 '할라벤'이라는 약제가 있어 좀 더 많은 치료옵션을 가질 수 있다.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단일요법으로 투약시간이 2∼5분으로 짧아 직장에 다니면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젊은 편인 지방육종 환자들의 일상 유지 면에서도 좋은 치료옵션이 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 연부조직육종과 같은 희귀암에서 다양한 치료제들이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은 이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정보 부족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희귀암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다양한 연구와 환자 지원을 위한 네트워킹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희귀암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지지가 더욱 증진되기를 바란다. 또한 가용한 신약 개발·임상연구·환자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개발을 통해 치료 효과 증대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ⅰ 신현민.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희귀질환 제도(정책)의 발전 방향. HIRA 정책동향 10권 4호. 2016
ⅱ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소. 한국 희귀암의 질병 부담(disease burden)에 관한 연구. 2019
ⅲ Bergerot CD et al. Assessment of distress and quality of life in rare cancers. Psychooncology. 2018 Dec;27(12):2740-2746. doi: 10.1002/pon.4873. Epub. 2018.09.25
ⅳ Jonathan Noujaim. Efficacy and safety of eribulin mesylate in advanced soft tissue sarcomas. 2016
ⅴ 국립암정보센터 홈페이지. <내가 알고 싶은 암> 연부조직육종 관련통계. 2017.02.03
https://www.cancer.go.kr/lay1/program/S1T211C223/cancer/view.do?cancer_seq=4781&menu_seq=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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