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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탈락"…의료계 성평등, 해법은 '참여'
"여자라서 탈락"…의료계 성평등, 해법은 '참여'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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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의사회·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평등' 심포지엄
여성가족부, '성차별' 관련 연구 협력사업 제안
ⓒ의협신문 홍완기
ⓒ의협신문 홍완기

"남자지원자는 모두 뽑혔고, 여자 의사만 탈락했다. 체력이 안 된다는 이유다"

한국여자의사회는 2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의료계 성평등 현황 및 대책 마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의사는 전체 의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사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의 '성평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의료계 성평등'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공식적으로 던지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발제를 통해 성평등 경험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 조사는 한국여자의사회가 남·녀의사 총 1170명을 대상으로 2018년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했다. 여의사들은 전공의지원, 취직, 교수임용, 승진 등의 순서로 성차별 경험을 많이 겪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차별을 느꼈다고 답한 분야는 남녀 모두 '전공의 지원'이었다. 전공의 지원 시, 성차별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자는 47.3%가, 남자는 18.2%가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 선발에서 겪은 구체적 성차별 사례 중에는 남자전공의만 선발하거나 남자전공의 비율을 정해놓고 선발하는 과가 꽤 있다는 답변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원 단계부터 거절당하거나 성적이 더 낮은 남자를 선발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특히 '출산·육아'와 관련한 차별 경험이 상당했다. 여의사들은 전공의 저년차 때 임신·결혼 불가를 통지받거나 결혼 임신 계획을 선발 기준에 포함시킨 경우, 결혼 예정으로 지원 자체가 거절된 사례, 여자 지원자에게만 결혼계획 유무를 물은 경우 등을 차별 경험으로 꼽았다.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의협신문 홍완기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는 ⓒ의협신문 홍완기

신현영 이사는 "생물학적인 여성 고유의 역할과 업무를 연결시켜 차별과 배제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일부 여성이 당하는 성차별이 아닌, 여성이라는 이유가 차별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다. 이는 여성의 의료계 진입을 차단·위촉시키는 요인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차별은 문제가 되는 특정 과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직이 많거나 수술이 많은 외과계에서의 차별이 특히 두드러졌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신현영 이사는 "모든 과에서 성차별이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수많은 성차별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의료계는 선발 과정에서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며 "향후 전문과목별 구체적 현황파악과 함께 의료계 성차별 예방시스템, 문제 대응 기구·기관이 마련돼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전문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법은 '여의사 참여'

성차별의 해법으로는 '여의사 스스로의 적극적 참여'로 의견이 모였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성차별'과 관련된 정책적 참여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이건정 여성정책국장은 "현재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대표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민간 부분에 대한 대표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성차별은 법보다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여성가족부와 함께 연구 협력사업 등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정 국장은 "전문분야일수록 여성들이 당연한 권리를 잘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진' 등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 무심한 척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페미니즘은 여의사들이 여성운동의 핵심이 됐다. 운동 자체가 여성의 몸의 건강과 관리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성 의사로서의 권리 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 수치 공개를 통해, 채용 및 승진에서의 '성차별'을 분명히 분석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건정 국장은 "현재 금융권에는 채용 비리와 주요 직에 여성 비율이 적은 문제 등과 관련한 수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민간대표성 주요사업 중 하나가 수치 공개에 관한 것이다. 의료계 역시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 모범 사례를 만들어, 점차 전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각 부처에 개선 권고를 하고, 모니터링하는 툴이 있다. 고용노동부에도 역시 권고를 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툴을 활용하고, 연구 협력을 통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역시 '여의사들의 참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철호 의장은 "여의사 수가 현재 25.7%라고 한다. 의과대학이나 의전원 여학생의 수는 37%다. 시간이 지날수록 4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에 비해 의협 임원이나 각종 위원회 대의원회 같은 곳에서 차지하는 퍼센트는 다소 적다. 3.7% 정도다. 광역시도회장이나 시군구 회장, 각 병원 대표에서도 여의사 숫자가 미비하다. 대학병원 교수 22.1%가 여자 교수인데 보직을 맡은 경우 역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의사들이 대접을 받기 위해선 지역의사회를 포함한 의료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처음부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배를 육성하고, 꾸준한 피드백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이날 기조 발제를 통해 의료계를 '군대'에 비유했다. 상명하복의 정당화, 상사 결정의 특권화, 특히 여성 구성원에 대한 인식·위치 등에서 가장 유사하다고 짚었다. ⓒ의협신문 홍완기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기조 발제를 통해 의료계를 '군대'에 비유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의료계는 군대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이날 기조 발제를 통해 의료계를 '군대'에 비유했다. 상명하복의 정당화, 상사 결정의 특권화, 특히 여성 구성원에 대한 인식·위치 등에서 가장 유사하다고 짚었다.

나윤경 원장은 "신체가 수련의 주체이자 객체인 학문분과의 특성은 폭력과 훈련의 교차 내지 불가분하다는 점"이라며 "의술 역시 인술이라 할 정도로 몸을 중시한다. 의료계 역시 위의 특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와 군대에서 폭력과 훈육을 헷갈리게 하는 명분으로 '생물학적 생명'을 내세운다는 점도 큰 유사점이다. '생물학적 생명'을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사회적 생명'은 상당히 비가시화된다"고 짚었다.

최근 '성평등'과 관련한 군대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의료계 역시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윤경 원장은 "DCAF는 좋은 국가안보가 국민안전의 개념으로 전환됐음을 선언했다. 국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과 관련한, 평등이 이뤄지지 않고는 좋은 안보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라면서 "의료계보다 성차별이 만연하다고 생각했던 군대조차 변화하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의료인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여의사의 사회적 생명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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