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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사용 중 고장…수리비 책임 병원에?
의료기기 사용 중 고장…수리비 책임 병원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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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병원이 장비 사용 중 과실 있다는 것 회사가 입증해야" 판단
대법원 "원심판결은 증명책임 법리 오해…심리·판단 다시하라" 파기 환송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병원이 의료기기회사로부터 의료기기를 임대해 사용하던 중 고장이 났다면, 병원이 의료기기 고장에 대한 수리비 책임을 물어야 할까?

1, 2심 판결에서는 병원이 장비 수리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수리비 부분에 대한 심리·판단을 다시하라며 서울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했다.

A병원은 B회사와 2015년 1월 16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HPV칩(자궁경부암의 중요 원인 인자인 HPV 감염여부 검사에 사용되는 칩)과 STD칩(성전염성질환 감염 여부 검사에 사용되는 칩), 그리고 관련 검사 장비를 월 70만원에 임대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체결했다.

세부 계약 내용에는 A병원이 HPV칩은 연간 2만 4000T 이상(T당 가격 6600원), STD칩은 연간 2만T 이상(T당 가격 7000원)을 구매해 사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B회사는 A병원이 계약서대로 HPV칩과 STD칩을 구매해 사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영업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A병원은 2016년 6월경 검사 장비 노후로 인해 고장나 계약서 대로 칩을 구매해 사용할 수 없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B회사는 ▲HPV칩과 STD칩 최소구매 수량 미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검사 장비 인도 청구 ▲차임 및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고장 난 장비에 대한 수리비 청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와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A병원이 계약서 내용대로 HPV칩과 STD칩을 구매하지 않아 B회사에 영업상 손해를 입혔다며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서는 A병원이 실제로 약속한 구매량보다 적게 칩을 구매했다며 B회사에게 5891만원(2015년 HPV칩 손해 538만원, 2015년 STD칩 손해 4116만원, 2016년 HPV 손해 123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검사 장비를 B회사에 인도하고, 장비에 대한 차임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B회사가 청구한 검사 장비 수리비 2000만원에 대해서는 "검사 장비가 A병원이 사용 중 과실로 고장이 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B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병원과 B회사 모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칩 구매와 관련해서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A병원이 B회사에게 영업상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해 손해비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회사의 검사 장비 고장에 따른 수리비 청구에 대해서는 "검사 장비 고장은 이를 수선하지 않으면 A병원이 계약에서 정해진 목적에 따라 검사 장비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의 것으로서, B회사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B회사의 주장과 같이 A병원의 사용 중 과실로 인해 검사 장비에 고장이 발생했다거나, B회사와 A병원 사이에 피고가 검사 장비의 수리비를 부담하기로 약정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수리비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A병원이 계약이 종료한 후에도 검사 장비를 계속 점유하기는 했으나, 부당이득반환의무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1심과 2심에서 수리비청구가 잇따라 기각되자 B회사는 대법원에 부당이득반환 및 수리비 청구를 요구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과 관련, 원심 판결(2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회사의 수리비 청구 부분은 원심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원심은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A병원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인지, 또는 이 사건 장비의 고장이 B회사가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원심은 마치 B회사가 A병원의 사용 중 과실로 이 사건 장비에 고장이 났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고, B회사가 고장난 이 사건 장비에 관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는 것만으로 B회사의 수리비 청구를 배척했다"고 판단했다.

A병원이 검사 장비의 고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 임차인이 반환할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임차인(피고)의 목적물 반환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B회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B회사 패소 부분 중 수리비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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