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란 이유로 통제하는 방식 효과 없다"
"정신질환자란 이유로 통제하는 방식 효과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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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UN, 한국 WHO협력센터, 정신질환자의 퀄리티라이츠를 논하다
가장 바람직한 정신건강 서비스는? "인권과 지역사회에 기반한 서비스"

세계보건기구(WHO), UN, 그리고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사회기반 정신보건 서비스 모범사례에 관한 국제 워크숍 및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 및 국제회의에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가장 바람직한 정신건강 서비스는 인권과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라고 입을 모았다.

또 국가의 재정이 부족하더라도 인권기반의 정신건강 서비스는 다양한 모델을 통해 가능하고, 정신질환자란 이유로 통제를 하는 방식은 오히려 효과가 없다는데도 뜻을 같이 했다.

WHO와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WHO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 지역사회 기반 정신보건 서비스 모범사례에 관한 국제 워크숍 및 국제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인 퀄리티라이츠(QualityRights)는 '차별 및 낙인을 제거하고 인권과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역량 구축 및 강화를 목표'로 하는 정신건강 영역에서의 인권 및 회복증진을 위한 서비스 가이드라인이며, WHO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를 기반으로 개발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제도화 되는 것을 목표로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협력해 2018년 11월부터 이미 보급이 시작됐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보건기구 정신보건 국장 및 주요인사, UN 인권 분야의 특별 보고관, WHO에서 선정한 지역기반 모범 서비스를 실천하는 세계의 전문가, 서태평양지역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정책 책임자 및 정신건강 전문가들 총 30여명의 해외 인사들이 참가했다.

행사 첫날엔 국내의 정신건강 전문가와 서비스 이용 당사자 단체도 참가해 정신건강 정책 및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질의 및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캄보디아 보건복지부 정신보건 및 약물남용과 과장은 "캄보디아 정부는 정신병원 모델에서 탈피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까지 도달 가능한 가용 자원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부담, 그로 인해 야기되는 과도한 의료적, 약물적 개입에 대한 현황을 발표했다.

라오스 보건복지부 만성비감염성질환부장 역시 부족한 인력, 활동 및 네트워크와 한정된 예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2016년 정신보건법 개정을 통해 배제에서 포용으로, 관리에서 지원으로 방향을 잡고 인권·복지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른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긴급대응·격리·치료의 목소리도 크다"며 "조기발견, 예방,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과 전 세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논의와 결실을 맺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UN 인권 특별보고관인 Dainius Puras의 기조연설에서는 인권 및 근거 기반 개입으로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축사 및 개회 연설 이후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정신건강 모범사례에 대한 발표가 진행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WHO 정신건강 및 약물남용부 담당자인 Michelle Funk의 설명에 따르면 모범사례란 강압적 방법 없이 인권을 증진하며, 삶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 모델을 일컫는다.

이런 모범사례 발표의 자리에서 위기대처, 동료지원, 일차 진료모델 및 다부문 지원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및 서비스라는 대 구분 아래, 독일 하이든하임병원 정신과의 비강압적 치료모델, 뉴질랜드 Crisis House 모델, 덴마크 Open Dialogue 접근 및 짐바브웨의 Friendship Bench 모델 등이 소개됐다.

이 밖에 워크숍에서는 한국에서 최근 논란이 된 진주 방화 사건에 따른 사회적 논쟁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Open Dialogue와 Hearing Voices 모델 전문가인 Olga Runciman은 덴마크의 유사한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조현병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이후 살인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많으나, 반대로 약물로 인해 사망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폭력과 질병을 같이 묶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장 역시 "이런 사고를 다루기 위해 사회는 정신병으로부터 되도록 환자를 통제, 강요하려고 하나 통제하려는 방식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방식인지는 의문"이라며 "적절한 서비스가 부족해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질환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한다"고 말했다.

행사 2일차인 5월 1일에는 서태평양 국가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정책 책임자와 정신건강 서비스 전문가가 함께 각각의 소규모 그룹을 이뤄 각국 정신건강 서비스 현황 및 모범사례 도입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책임자들이 모범사례 도입 및 향후 계획에 대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보건복지부 의료 서비스 관리부의 의료담당자는 지역 내 비강압적 치료를 도입하고, 정신보건을 위한 임상적용 지침 개발 등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도입 계획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정신보건 및 약물남용부의 Michelle Funk는 각국의 욕구 및 환경에 맞춰 모범사례를 적용하더라도, 각 모범사례의 원칙과 가치는 유지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후 5월 3일까지 이어진 국제회의에서는 세계보건기구 및 정신건강 모범사례 전문가들이 모여 WHO가 개발 중인 서비스 가이드라인의 세부안을 완성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됐다.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 및 구조 등을 논의한 자리로, 이 회의를 통해 WHO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발의 전초작업이 진행됐다.

용인정신병원 WHO협력센터 관계자는 "이번 워크숍에서는 바람직한 정신과 치료는 병원과 지역사회의 연결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며, 인권기반의 서비스가 가장 올바른 서비스라는 것"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또 "재정이 부족한 국가에서도 좋은 제도를 통해 탁월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강조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이 큰 의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서태평양 지역의 정신건강 서비스 개선 및 WHO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지역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식개선 및 모범사례 도입과 같은 국내·외 모두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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