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인가? 아닌가? WHO 질병지정 논란
게임중독, 질병인가? 아닌가? WHO 질병지정 논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9 2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료법학회, 게임중독 질병지정 의료-법적 논쟁 주제 학술발표회
WHO 총회서 질병코드 지정 가능성 높아…한국도 질병 분류 수용할 듯
대한의료법학회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제로 월례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주장과 의료과잉화를 우려하는 법학계의 주장이 엇갈렸다. ⓒ의협신문 이정환
대한의료법학회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주제로 월례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주장과 의료과잉화를 우려하는 법학계의 주장이 엇갈렸다. ⓒ의협신문 이정환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20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중독(게임사용장애 또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코드로 포함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11차 개정판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에서 ICD-11 개정안이 의결되면 게임중독은 앞으로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ICD-11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게임중독이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정신건강의학계는 국가의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건강보험에서도 보험이 적용될 수 있어 중독으로 인한 악화를 치료로 막을 수 있고 예방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자칫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커지고, 이는 게임산업계 전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WHO의 ICD-11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법학계가 게임중독 질병분류의 필요성과 우려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의료법학회는 18일 월례학술발표회에서 ▲게임 과몰입(게임중독) 이용을 질병으로 볼 것인가 ▲게임 과몰입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주제로 다뤘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는 의학계 등에서는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와 예방을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법학계는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자칫 과잉 의료화를 부추길 수 있고, 사회적 통제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발생한 신체 및 정신건강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가 차원의 공공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고(국가정보화기본법,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 보건의료영역 또한 과도한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건강·신체건강의 문제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는 2014년 처음으로 일본에서 전 세계의 중독과 정신건강 전문가 30여명이 모여 '디지털기기 과다사용에 의한 건강 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을 위한 국제 전문가 TF 회의'를 열었고, 디지털콘텐츠·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하는 정신행동 문제는 실존하는 심각하고 규모가 큰 건강 문제로, 공중보건학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게임사용장애 진단기준을 2016년 ICD-11 개정안에 게시하고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2019년 총회에서 개정판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게임의 과도한 사용은 뇌에 작용해 중독적 사용을 유발할 수 있고, 단순한 습관이 아닌 조절 기능을 저하해 중독의 지속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건강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질병 개념 형성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사용장애의 치료는 게임을 중독유발물질로 낙인찍은 것이 목표가 아니라 게임사용에 대한 조절력을 잃은 개인을 방치하지 않고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으며, 학교와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에서 근거에 기반한 예방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심각한 게임중독으로까지 진행되는 것이 적극적으로 예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임업계가 '게임의 중독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집착하는 행태도 지적했다.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의 비용과 책임을 모두 게임업계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담당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힌 이 교수는 "게임산업계의 지원을 받는 일부 학계나 언론을 동원해 마치 게임사용장애의 과학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비판이 다수 의견인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게임사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 자체가 가지는 긍정적·산업적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적인 게임사용을 중독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며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들과 이웃들을 돕기 위한 건강체계와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서종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게임 행동의 병리화가 오히려 치유적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화 하는 것은 과잉 의료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환원시켜 원인에 대한 합리적 인식과 효과적인 해결을 방해하거나 사회적 통제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척도가 인터넷 중독을 진단하는 척도를 사용하는데, 인터넷 중독으로 게임중독을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할 때 우리나라는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종현 교수(국민대 법과대학)는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치료·예방이 공중보건학적으로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학적으로 보아 게임 과몰입이 개인의 특성 및 주변 환경과 연관된 사회적 문제라면 그러한 정책 결정은 의료계를 넘어 관련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 전문가들, 그리고 법률가들의 판단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기와 게임 과몰입의 관계를 고려해 부모와 학교에서의 교육 방향, 역할 등을 계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행위중독과 과도한 놀이 몰입의 일종이라는 측면에서 게임중독과 도박중독을 같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게임과 도박을 유사하게 보는 ICD-11 개정안의 적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게임중독(행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이번 WHO 총회에서 결정되면, 현재 마약·알코올 중독(물질중독), 도박중독(행위중독)에 모두 개별 질병코드를 부여해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는 게임 중독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기초로 체계적인 치료 및 예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