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원한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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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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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공개 "정책 형성해가는 정치인·공무원·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모두 스스로 행동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기반"

2019년 4월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상정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의결이 거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재정 확보 방안이 미비한 점, 그리고 건정심의 정식 의결 없이 보도자료부터 배포하고 공청회 이틀만에 심의에 올리는 등 의견수렴 절차상의 위반이 문제로 제기됐다고 한다.

후문에 참여 위원들이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각 계가 내놓은 의견이 실제 계획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일정이 촉박해 각 단체가 내부 의견을 수렴하지도 못할 정도"였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결국 건정심은 19일까지 서면심의를 받기로 했다가 약간 더 시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해, 5월 1일자로 관보에 게시했다. 

건강보험의 1년 재정은 2017년 기준으로 자그마치 59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해 국가 재정은 약 400조였으니, 전체 국가의 1년 예산의 15퍼센트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건정심은 보험료율 등 수입에 관한 사항은 물론, 특정 치료나 약물에 대한 급여 여부 등 지출에 대한 심의와 결정까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항은 세부 사항이 아니라 '건강보험 종합계획'이라는 건강보험 정책의 큰 그림을 결정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그러한 건정심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될 뿐 아니라, 회의록 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실질적으로 전무할 뿐 아니라, 상호간에 토론을 할 수 없는 서면 심사라는 형식을 취했다. 나름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의사나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것은 모호한 내용의 신문기사 뿐이다. 

얼마전 페이스북을 하다가 영국에서 공부하시는 한 선생님께서 "영국의 NHS England 보드 미팅은 국민들이 방청 할 수도 있고 바쁜 사람들은 녹화방송을 볼 수도 있다"는 포스팅을 올리셨다.들어가보니 정말 미팅 준비시간부터 끝까지 가감 없이 누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를 동영상으로 모두 볼 수 있었다<그림 1>.

그림 1. 영국 NHS England의 Livestream (https://www.england.nhs.uk/livestreams/)ⓒ의협신문
그림 1. 영국 NHS England의 Livestream (https://www.england.nhs.uk/livestreams/)ⓒ의협신문

미국 식약청(FDA)의 Advisory board meeting도 마찬가지로 전면 공개된다. 글을 작성하는 5월 14일 현재 접속해보니, 6월 20일에 있을 소아항암제 회의의 아젠다와 장소, 시간까지도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6월 9일까지 사전에 위원회에 자료나 의견을 제출하면 위원회 위원들이 검토하는 자료에 포함된다.

위원회용 회의 자료는 최소 근무일로 2일 전까지는 공개된다. 또한 회의시 각 패널이 구체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는지, 투표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까지 전부 Webcast로 송출된다<그림 2>.  

그림 2. 미국 식약청의 자문위원회 회의 Webcast (https://www.fda.gov/advisory-committees)ⓒ의협신문
그림 2. 미국 식약청의 자문위원회 회의 Webcast (https://www.fda.gov/advisory-committees)ⓒ의협신문

물론 복지부에서는 이번 종합계획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문단을 운영하고, 소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여 연대에서는 건강보험 30년만에 처음으로 법률에 의해 입안된 종합계획을 '복지부에 의한, 복지부를 위한, 복지부의 종합계획' 이라고 비판하면서, 졸속 '서면심의'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복지부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긴 했으나, 이미 정해 놓은 답을 추인하는 요식행위라고 하면서, 건정심을 복지부의 지시를 처리하는 '하부기관'이라는 칭하기도 했다. 

불투명한 정책 결정 사례는 건정심 뿐이 아니다. 국회는 복지부에 2017년 10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 마련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과 외부 민간 전문가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복지부는 의견을 수렴한 전문가 명단 제출을 거부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제출했으나 명단에 오른 일부 전문가들이 본인은 논의에 참여한적이 없다고 해 더 논란이 됐다. 

일개 의사에 불과한 필자로서는 최근에 이슈가 된 몇몇 관심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그 결정 과정과 근거를 알 수 없다.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을 어렵게 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 밀어붙여졌는지, 누가 그런 법안을 주도하고 어떤 위원이 찬성했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고어사의 소아용 인조 혈관이 도대체 왜 처음에 외국의 몇 분의 1밖에 안되는 가격으로 결정됐으며, 고어사가 철수하려 했을 때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그러다가 2년 후 문제가 되자 갑자기 무슨 근거로 3배가 넘는 금액으로 수가가 인상됐는지 알 수 없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물들도 급여 적용을 못받는 상황에서, 한방 추나요법과 같이 근거가 불확실한 치료가 어떤 기준에 의해서 건강보험을 적용 받게 됐는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오직 그냥 '~하더라'는 수준의 신문기사로 추측만 할 뿐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국가 안보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비공개돼야 할 만한 내용이 거의 없다. 전 정부시절인 2014년도에도 '건정심 회의록을 감추는 복지부'라는 비판 기사에 대해,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닌 이상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 공개를 추진하는 것이 복지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해명했다(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4&page=43&CONT_SEQ=30086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정심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고, 작년 말에는 여당 남인순 의원이 건정심 회의록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정책에 누구나 동의하는 정답은 없다. 각 정책 대안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을 것이다. 정책의 대상이나 시행 시기에 따라서도 적절성이 달라질 수 있고,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도 반영돼야 한다. 따라서 각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검토되고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안은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투표와 같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열려있어야 하고, 그리고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공개돼야 한다. 그런 투명한 공개는 정책을 형성해가는 정치인, 공무원,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모두가 스스로의 행동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된다. 

페이스북을 모티브로 한 서클(The Circle)이라는 영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 칼럼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겠지만, 서클의 CEO (톰 행크스 분 )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이곳 서클은 투명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조죠. 우린 매일같이 투명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요. 우리 정부는 반대예요. 투명성을 기대하면 애매한 태도와 모호한 말로 대응하죠. 우린 책임감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며 우릴 대표하는 자들이 우리의 돈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원한다. 공개가 그 시작이다.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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