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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1:36 (금)
"부친상 중에도 우리 아이 돌본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친상 중에도 우리 아이 돌본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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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소판 무력증' 아들 둔 아버지 본지 연락..."천사 원장님 고맙습니다"
소병수 원장 "의사로서, 부모로서 당연한 일...의사라면 누구나 그리했을 것"

"이런 의사 선생님이 계신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 의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환자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밝힌 이▲▲(49세·전북)씨는 의사 선생님의 선행을 널리 알리고 싶어 연락했다며 용건을 밝혔다. 이씨의 목소리는 울먹거림에 떨렸다. 어떤 선행이기에 이토록 울먹이면서까지 칭찬하려 했을까? [의협신문]은 사연을 들어봤다.

"천사 같은 원장님, 널리 칭찬하고 싶다는 생각에..."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혈소판 무력증'을 앓고 있습니다. 한 번 코피가 터지면, 출혈량이 많고, 지혈도 잘 되지 않습니다."

지혈이 잘 되지 않아 곤란을 겪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빠른 응급조치를 위해 동네 이비인후과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원장님께서는 진료 당시,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출혈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이른 시간에 아이에게 출혈이 생겼습니다."

이씨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더 기다려 봤지만 지혈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기다리다 못해 오전 8시쯤 전화를 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상갓집에 다녀와야 하는 데, 병원에 올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십니까?'라고 물으시더군요.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더니 그럼 빨리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씨는 당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느 상가집 조문을 다녀오시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당장 아이의 지혈이 급해 바로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먼저 선생님이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원장님 아버님께서 어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계시다가 잠시 시간을 내 병원에 오셨다는 겁니다. 어찌나 죄송하고...감사한지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이씨는 "가족이라도 이렇게 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면, 아니 가족이었더라도 상중이니 다른 병원을 이용하라 했을 텐테…이른시간에 대학병원 응급실 가면 진료 대기시간이 너무 길 것 임을 아시기에 위급할 때를 대비해 본인 휴대폰 번호를 주신거였습니다."

지혈을 하고 돌아간 후에도 출혈은 없는 지 안부 전화까지 받았다고.

"장례를 마치고 나서 안부 전화까지 주셨습니다. 제가 위로를 해 드려야 하는데…아이는 괜찮냐고 전화까지 주신 겁니다.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화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의사 선생님이 계신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씨는 "천사와 같은 원장님 성함은 소병수 원장님"이라고 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은 수소문 끝에 전북 익산에 개원하고 있는 소병수 원장(소병수이비인후과)과 연락이 닿았다.

소 원장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다른 의사들도 같은 상황이라면 모두 그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코피가 나는 데 멈추지 않는 걸 보면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기에, 제가 조금만 더 배려하면, 가족이 편안해 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부친상 중임에도 병원에 나와 진료한 배경을 물었다. 

"환자는 혈소판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한 번 출혈을 시작하면 지혈이 잘 안 되는 상태입니다. 부친상중이긴 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당시 아침이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특별히 뛰어난 일을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소 원장은 "다른 의사 선후배와 동료들도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마찬가지로 그랬을 것"이라며 "의사로서 당연하게 할 일을 했을 뿐인 데, 일이 커진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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