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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비소세포폐암 옵션…"순차치료 화두일 수밖에"
늘어나는 비소세포폐암 옵션…"순차치료 화두일 수밖에"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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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타그리소 1차 치료제 사용? 현재 가격에는 절대 아냐"

치료제 옵션 확대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유용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늘어난 옵션은 최선의 치료를 위한 의료진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최근 EGFR·ALK 등에서 반응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빠르게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대 수명을 연장하고 부작용 또한 상대적으로 낮춘 이들 치료제로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트렌드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의료진은 치료제 선택에 고심이 깊어진다. 개발사의 임상을 통해 각각의 치료제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은 확인할 수 있지만,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최선의 치료전략은 여전히 불명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과거 오랫동안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의 이른바 1세대 TKI가 유일했다. 의료진은 고민없이 이들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이 2세대로 등장하고, 지난해 말 3세대 TKI로 불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까지 1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했다.

1차 치료제 옵션과 함께 늘어난 환자의 기대 수명은 의료진이 2차·3차 등 후속 치료를 고민하게 만든다.

[의협신문]은 대표적인 폐암 전문가인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를 만나 EGFR 표적치료를 포함한 비소세포폐암에서 순차치료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가 비소세포폐암에서의 순차치료를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가 비소세포폐암에서의 순차치료를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Q.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 옵션들이 등장하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중요한 변화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EGFR, ALK, ROS-1, BRAF, RET 등 다양한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표적치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의 수 자체가 늘었다는 것이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면역항암제 역시 이전에는 2차 치료 이상에서 주로 사용이 고려됐다면 이제는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으로 가급적 1차 치료로 고려하게 된 것 역시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Q. 치료제 옵션이 늘어나면서 치료제를 사용하는 순서에 대해 고민이 클 것 같다. 최근 순차치료(sequential treatment)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EGFR뿐만 아니라 ALK, ROS-1 등 2세대 이상의 표적치료제가 있는 암종에서는 모두 순차치료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이후 세대(next generation)의 표적치료제는 이전 세대(old generation)의 표적치료제에 비해 더 개선된 선택성(selectivity), 특이성(specificity), 혈관-뇌 장벽 투과도(blood-brain barrier penetration)을 보인다. 

다시 말해 이후 세대의 표적치료제가 이전 세대의 표적치료제에 비해 표적을 선택적, 특이적으로 더 잘 공격하는 특성을 가지며 표적치료제의 대상이 되는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뇌전이에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순차치료는 PFS(무진행생존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후 세대의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이전 세대의 표적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고 난 뒤에 이후 세대의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문제다. 

이 중 순차치료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쉽게 말하면 게피티닙, 엘로티닙, 아파티닙 등 이전 세대의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고, T790M 변이양성 환자들에 대해 오시머티닙을 사용하는 전략을 뜻한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맞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치료전략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 지식수준이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어떤 환자군에서는 이후 세대의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또 다른 환자군에서는 반대로 순차치료의 치료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1차로 사용된 치료제가 후속 치료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전체 수명을 늘리는 데 새로 나온 치료제를 먼저 쓰는 것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Q. 최근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권 진입은 아직이다. 비급여일지라도 타그리소를 먼저 사용해야 할 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나?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음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이전 세대의 표적치료제가 아닌 타그리소를 먼저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환자 역시 이전 세대의 표적치료제 보다는 이후에 나온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고 싶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가격에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10여년 전 처음 EGFR 표적치료제가 등장했을 때는 무진행생존기간, 반응률, 삶의 질 등이 매우 중요했다. 당시에는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화학요법(cytotoxic chemotherapy)을 비교하던 시기였다.

약 20%의 반응률, 3~4개월의 PFS을 보이던 세포독성 화학요법에 비해 EGFR 표적치료제는 약 60~70%의 반응률을 보였고, 예를 들어 지오트립은 11.1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보였다. 환자의 삶의 질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레사·타쎄바·지오트립·타그리소 등 이미 네 가지의 표적치료제가 있다. 이제 반응률, 무진행 생존기간 보다 전체 생존기간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더 오래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오트립의 무진행 생존기간 11.1개월과 아시아인 환자에서 타그리소의 무진행 생존기간 16개월을 비교했을 때, 환자들이 단순히 약 5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의 차이 때문에 타그리소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더 긴 전체 생존기간이다. 

단 세포독성 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옵션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어떤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시켜줄 수 있느냐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타그리소의 비급여 가격을 고려한다면 타그리소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최근 한 간담회에서 '강한 약을 먼저 써야한다'는 것이 다수 의료진 의견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EGFR 표적치료제 역시 마찬가지인가? 
'Yes or No' 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먼저 써야한다'는 것은 맞는 말일 수 있다. 단 그 효과적인 치료제가 이후의 치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만약, 어떤 1차 치료제가 2차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1차 치료제가 가진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타그리소를 사용하고 난 이후,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돌연변이, 내성기전(소세포폐암으로의 변형, C797S 변이 등) 등이 발생하고 있고,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MET 유전자 증폭 등도 꽤 흔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새로운 종류의 돌연변이, 내성기전들이 궁극적으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Q. 순차치료를 진행했을 경우 혜택이 있다는 연구를 소개한다면?
최근 공개된 GioTag 리얼월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1차 치료제로 지오트립을 사용하고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사용했을 때 아시아인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4년에 육박했다.

현재 환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의료비 수준 내에서 지오트립 또는 다른 1세대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환자군의 약 60%에서 T790M 변이가 확인된다. 이들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라는 치료 옵션이 있을 때 평균적으로 4년을 생존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사용했을 때 4년에 육박하는 평균 생존기간을 보일지는 두고 보아야 하는 문제다. 1차 치료제로 고가의 타그리소를 사용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이 결과보다 월등히 좋지 않다면 긍정적인 비용효과성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Q.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10년 뒤를 내다본다면?
4세대, 5세대를 거쳐 종양세포에 더욱 특이적으로 반응하고 뇌 전이에 보다 효과적인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지금보다 더 다양한 면역항암제들이 등장할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T790M 변이양성 환자들에 효과적인 면역항암제 옵션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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