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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보건의료계 단독법 "면허근간 의료체계 흔들"
쏟아지는 보건의료계 단독법 "면허근간 의료체계 흔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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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법 이어 물리치료사법 발의 현실화...한의·치과계도 독립법 준비
의료계 "국민건강 위협하는 직역 이기주의" 강력 비판...결사항전 예고
ⓒ의협신문
ⓒ의협신문

보건의료 직역들의 독립법 제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간호사법에 이어, 물리치료사 단독법이 국회에 제출됐고 대한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등도 각각 단독법 추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상공세 속 의료계도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에 각 직역에 대한 업무 지도·감독권을 부여한 것은 환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며 이들 단독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간호사에 진료업무 부여? 간호사법 제정안 반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달 '간호·조산사법'과 '간호사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과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확산 등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로,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에 대한 업무범위 등을 별도의 법률로 따로 떼어 정의했다.

문제는 새로 정의된 간호사의 업무가 사실상 의료행위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제정안은 기존 의료법상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해져 있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처방(지도)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새롭게 규정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진료의 보조에서,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장한 셈이다.

대한간호협회가 개최한 '2016 간호정책 선포식'. 간협은 이날 주요 추진과제로 간호사단독법 제정을 선정한 바 있다. ⓒ의협신문
대한간호협회가 개최한 '2016 간호정책 선포식'. 간협은 이날 주요 추진과제로 간호사단독법 제정을 선정한 바 있다. ⓒ의협신문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시도 및 전문과의사회의 의견을 모아 간호사 단독법안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제정안대로라면 보조인력인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무한히 확장할 우려가 있다"며 "간호사 단독법 제정은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 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 의료관계법령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당 직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단독법률을 제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며 "간호사 단독법안을 위시한 직역 단독법안의 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 위협하는 직역 이기주의, 물리치료사법 철회"

8일에는 물리치료사 단독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료기사법 적용대상인 물리치료사를 따로 떼어 별도의 법률로 관장, 물리치료사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쟁점은 의사의 지도·감독 여부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윤 의원의 법안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하에 행하는 물리치료 ▲물리치료 대상자에 대한 교육·상담 등을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 지도·감독 없이, 처방만 받으면 단독 물리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이 같은 조치가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환자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성명을 내어 "기존 규율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전라남도의사회와 목포시의사회 또한 9일 입장문을 내어 "의료행위는 의사에게만 배타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예외적으로 국민건강 위해가 적은 행위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허용하는 것이 현재의 의료기사제도 도입 취지"라며 물리치료사 단독법 제정은 이를 해치는 일 이라고 비판했다.

"법률의 핵심은 물리치료사에 물리치료 독점권한을, (현행법에는 근거가 없는) 한의사에게도 물리치료 처방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물리치료사가 처방을 받아 단독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하게 된다면 치료 도중 발생하는 위해 반응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해 질 것이며, 이는 곧 국민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물리치료사법 제정 공청회. 물리치료사협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단독법 제정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물리치료사법 제정 공청회. 물리치료사협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단독법 제정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하게 되고,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의협신문

간호사·물치사 끝 아니다, 너도 나도 단독법 제정 움직임

의료계는 단독법을 통해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넓히려는 시도가 타 직역으로 급속히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의협과 치협, 간협은 지난해 11월 각각의 단독법 제정을 위한 '단독법 추진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 중 간협의 단독법 제정 움직임이 먼저 현실화됐고 한의협과 치협도 각각 준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협은 "물리치료사 등 단독법이 제정된다면, 봇물 터지듯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단독법 제정 요구가 이어질 것이며 이는 현 의료법 체계 자체의 붕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와 목포시의사회 또한 "직능이기주의가 팽배되어 가는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흐름은 결국 현행 의료체계의 붕괴와 건강보험 시스템에 타격을 주고 역설적으로 의료비 상승과 환자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의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전문가가 자신의 직업 범주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들은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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