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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이필수 단장 "의원 수가 1% 오르면 851억원 고용효과"
이필수 단장 "의원 수가 1% 오르면 851억원 고용효과"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9.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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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강청희 공단 이사 의료계 어려움 잘 아는 분"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이 수가협상에 사용할 진료비 분석자료를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이 수가협상에 사용할 진료비 분석자료를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의료계 수가협상단장은 '극한 직업(?)' 중 하나다. 관련 정보를 꿰차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6개 직역이 경쟁적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현재의 협상시스템은 '극한 상황'까지 추가한다.

이런 수렁을 헤치고 겨우 수가 인상에 성공해도 칭찬받을 가능성은 0%다. 2∼3%의 그만그만한 인상률로는 원가 이하의 수가로 버티는 일차 의료기관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한 달여간의 협상을 벌이며 온몸은 너덜너덜해지지만, 칭찬은커녕,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크다는 말이다. 협상 이후 대부분의 협상단장은 회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한다. 의협 수가협상단을 가리켜 흔히 '독이 든 성배를 받았다'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상대를 압박해야 하는 '날카로운 논리력'과 함께 뒤이어 터질 비난을 감당할 '맷집'도 갖춰야 한다.

이만하면 아무도 나서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매년 이 '극한 직업'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올해는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이 '총대'를 맸다.

이필수 수가협상단장은 마라토너다. 중년을 훌쩍 넘겼지만, 그의 허리사이즈는 여전히 '청춘'이다. 불필요한 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배처럼 그의 협상 논리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42.195km를 몇 차례 완주한 '지구력'을 봤을 때 적잖은 비난도 버텨 낼 듯하다.

본격적인 수가협상을 앞둔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을 의협 출입기자단이 8일 만났다.

<일문일답>

의협 수가협상단장을 맡았다.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각오는?

의료계는 지난 1년 동안 대정부 협의를 통해 진찰료 30% 인상을 요구했지만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의협은 지난 2월 정부와의 협상파기를 선언하고 다시 의쟁투를 결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협상단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이번 기회에 '저수가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라거나 '역대 최고의 인상률을 가져오겠다'는 등의 막역한 장담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의 결과를 끌어내겠다는 각오로 수가 협상장에 들어갈 작정이다. '주어진 조건'이란 현행 수가협상 제도의 구조적인 한계를 의미한다.

현행 수가협상 제도는 반드시 바꾸고 개선해야 하지만 우선은 수가협상 자체에 집중하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수가협상 참여는 지난주 결정됐지만 지난 12월부터 수가협상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안다. 수가인상의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적정수가 추진을 언급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현행 수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생각이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과 증가율이 상급종합병원이나 다른 의료기관보다 크게 떨어지는 상황도 어필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용 증가도 실증자료를 통해 제시할 것이다. 특히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1500곳의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를 올려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설문결과,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추가비용을 부담하거나 직원 수나 근무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면 당연히 수익이 줄어든다. 경영압박이 클 것이다.

의협은 그동안 수가협상에 들어가기 한 두 달 전에 협상단을 구성했다. 건강보험공단이 기본적인 재정통계를 3월말이나 4월초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협상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협상단을 구성했다. 기초자료와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협상위원과 자문단, 의협 집행부, 산하단체, 회원 모두 수가협상과 관련한 공감대를 쌓기 위해서였다.

그 일환으로 의협은 대통령이 언급한 적정수가 약속을 지키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현행 저수가의 문제를 공론화했다. 진찰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 의료 안전수가 등 시급히 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회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수가협상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앞두고 최근 수가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의협의 데이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의협이 수가인상 근거를 제대로 제시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그런 말을 하는 건보 공단에 묻고 싶다. 공단은 그동안 수가협상 때 근거를 갖고 협상 수치를 제시한 적이 있는가. 공단에 매년 제시하는 협상 수치에 대한 근거를 대보라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공단은 그냥 재정운영위에서 정한 밴딩 범위에서 할당되는 수치일 뿐이라고 궁색한 답변만 내놓지 않았나. 최소한의 근거없이 협상에 임한 건 오히려 공단이다.

의료계의 요구와 정부의 제시 수치 간에 차이가 너무 크면 어떤 전략으로 그 격차를 줄일 생각인가?

의협은 이번 수가협상 참여 여부를 지난주 상임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그만큼 현재 수가협상 구조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참여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의사 회원의 권익을 위해 일단 협상을 참여하기로 고심 끝에 결정했지만,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투명한 밴딩 결정과 직역별 배분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공단의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반응이 정도 이상으로 감지된다면 언제든지 협상 중단을 선언할 것이다.

수가협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흥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돈 몇 푼으로 환산한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대통령도 얘기했든 적정한 수가가 책정돼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가능하다. 협상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가치는 의료공급자가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도 촉진하고 싶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쉽지 않은 자리를 맡았다.

누구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하더라. 의료계 지도자라면 누군가 의사 회원을 위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기꺼이 맡았다. 올해 수가 1%의 규모는 대략 1153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0.1%는 115억원이 될 것이다. 0.1%라도 회원에게 더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회원 권익에 0.1%라도 도움이 더 된다면 뭐든 할 각오가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는 여러 차례 수가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만일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의료계의 민심은 급격히 현 정권에서 이반할 것이다.

협상 상대인 강청희 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의협 상근부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의협 사정에 능통하다. 상대가 우리 측 전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부담은 없나?

부담은 없다. 오히려 강 상임이사는 힘든 일차 의료기관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인 만큼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제가 근무하는 전남 지역 화순이나 나주 같은 곳은 새로 개원하는 개원의가 없다. 환자 수가 급감해 개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케어에 따른 보장성 강화방안이 주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면서 일차의료기관이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이 3년여에 걸쳐 29% 정도 올랐다. 수가인상률은 2년여에 걸쳐 복리로 따졌을 때 약 6% 가량 올랐다. 즉 최저임금 인상률이 수가 인상률보다 5배나 더 올랐다.

또한 상급종합병원과 의원의 통계를 보면 전년대비 진료비 증가율이 의원은 10.1%인데 반해 상급종합병원은 25.2% 증가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42곳이 전체 진료비의 18.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3만 984곳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19.4% 밖에 안된다. 종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기형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케어로 이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는데 있다.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쏠림현상을 개선해야 한다.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의협 조사에 따르면 수가 인상분의 73.8%가 의원 운영경비와 인건비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수가가 1% 올라 1150억원이 투입되면 851억원 정도가 사회에 풀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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