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심장
우리는 확실하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고백하듯
나는 분명하게 죽음을 향해 길을 가고 있다
단지 모르는 체할 뿐
아니, 내 일이 아닌 듯이
나는 해당 없는 듯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 앞마당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쉼'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사
구내식당으로 가려면
한번 타면 되돌릴 수 없는 자동계단을 타고 내려와
이별로 어수선한 장례식장 회전문을 통과한 다음
영정사진이 우뚝 맞이하는 승강기를 타고
하늘을 오르듯 우루루 식당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죽음을 맛보는 것이다
그렇게 죽음을 반찬 삼아 점심을 먹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아무런 느낌이 없다
승강기 입구 모니터에 분주히 돌아가는
의미심장 무표정 사진 속의 얼굴들
며칠 전 같이 호흡하던
다름 아닌 '나'임을 그새 잊어버린 모양
아니면 '자신'임을 진짜 모르는 듯
아! 이런 곤고한 자여!
오늘도
나는 전도서 3장 1절에 밑줄을 그을 수 밖에 없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 다 때가 있나니-"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2016년 월간 <시> 등단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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