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될까?
응급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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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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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변호사ⓒ의협신문
최재천 변호사ⓒ의협신문

[시작]

늘 강조하지만 의료행위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재량성'이다. 의사의 재량성은 보장된다. 하지만 의료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나쁜 결과'를 들어 의사의 재량성을 공격하려 든다.

한가지 더, 의사의 재량은 자의적일까? 물론 그건 아니다. '합리적 범위 내'이어야만 한다. 이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이다. 

뇌동맥류 환자의 경우 응급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실]

환자가 사우나에서 정신을 잃어 시립의료원을 거쳐 대학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1차·2차 뇌 CT촬영을 한 다음, 관찰하다 뇌실외배액술을, 다음으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했다. 상태는 계속 악화되어 3차 뇌 CT 촬영 이후,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지만, 최악의 결과에 이르고 말았다.

[1심] 

원고들은 환자에게 뇌동맥류의 과거력이 있었기에, 뇌혈관조형술을 시행한 후 즉시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불필요한 2·3차 뇌 CT촬영으로 수술이 지연되는 바람에 환자가 사망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09.7.23. 선고 2008가합68437 판결)은 망인의 뇌동맥류는 방추형 동맥류로서 철저한 수술 준비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2010.10.21. 선고 2009나75088 판결)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첫째, 전원과정에서 시립의료원의 진료기록을 받았고, 과거 같은 병원에서 거대동맥류로 결찰술을 시술받은 사실이 있었기에 병원측은 망인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점.

둘째, 2차 촬영 결과 망인에게 좌측 대뇌내출혈이 1차 촬영 당시보다 다소 증가되고 수두증이 있어 뇌압이 증가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던 점을 근거로 삼았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가능한 한 빨리 응급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하였어야만 했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대학 병원의 책임을 물었다.

[3심] 

대법원(2012.6.14. 선고 2010다95635 판결)은 다시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첫째, 내원 당시 망인의 상태가 이미 헌트 앤 헤스 등급 분류상 Ⅳ 등급이다.

둘째, 이 경우 의료진은 망인의 임상 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 특성, 수술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 것인지, 조기수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망인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추어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수술에 필요한 검사 등으로 출혈 추정 시점 후 약 7시간, 대학 병원 내원 후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행위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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