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건보 종합계획 서면심의 종료...여전히 논란
'졸속' 건보 종합계획 서면심의 종료...여전히 논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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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충분한 의견 수렴" VS "미래 위기 반영 안해"
의협 "비민주적 의사결정...건정심 구조 개선 나설 것"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건보종합계획 공청회 개최 후 이틀만인 지난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종합계획을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가입자 단체의 문제 제기로 심의를 연기했다. 대면 심의는 결국 서면 심의로 대체, 졸속 논란을 빚고 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서면심의 절차를 마치고, 내주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종합계획을 확정, 공고키로 했다.

건보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음에도 졸속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자로 건보 종합계획에 대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서면심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됐다"며 "추가 의견들을 반영해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주 관보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건보 종합계획을 관보에 게재하면 정부의 법정 계획으로서 효력을 갖추게 된다. 건보 종합계획은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서면심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추가로 검토한 뒤 최종본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당초 정부안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서면심의를 통해 접수된 의견을 추가 검토 중"이라며 "여러 의견이 제시됐으나 종합계획의 방향성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들을 추가 검토해 최종본을 확정한 뒤, 내주 관보 게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이 관계자는 "이후 있을 국회 보고와 시행 계획 마련 등의 작업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첫 건강보험 종합계획, 서면심의 졸속 논란 '얼룩'

건정심 서면심의를 끝으로 건보 종합계획 수립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한 상황.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건보 종합계획은 국민건강보험에 근거한 문재인 정부의 첫 법정 계획이자, 보장성 강화를 포함해 건보제도 전반을 대상으로 삼은 첫 중장기 계획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건보 종합계획에는 건강보험 수가제도를 비롯해 보장성 강화 방안, 그에 따른 재정관리 대책 등을 총망라했다. 수가제도를 활용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안과 의료 정상화 방안 등도 담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건보 종합계획에 대해  "곳간에 쌓여있는 적립금을 통한 손쉬운 보장성 강화 대책은 결국 미래 세대에 보험료 폭증이라는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적 정책에 불과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파탄은 물론 건강보험과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부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재원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건보재정은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도 현재 20조 수준에서 2023년에는 11조로 반토막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 마구 진행된다면 차기 정부에서 건보재정은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이라도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건강보험재정 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용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도 "초저출산에 따른 국가 미래 위기에 대비하기는커녕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이번 종합계획안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건보 종합계획안을 둘러싼 비판과 갈등의 원인은 소통 부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0일 공청회를 열어 처음 건보 종합계획안을 외부에 공개한 데 이어 4월 12일 열린 건정심에 종합계획안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건보 종합계획안이 나온지 이틀 만에 결론을 짓자는 정부의 행보에 건정심의 퇴짜선언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다수의 건정심 의원들은 의견을 제대로 모으지 않았다며 건보 종합계획안을 심의 보류하고, 정부에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요구했다.

정부는 20여 차례에 걸친 건강보험 주요위원회, 가입자·공급자단체, 전문가 대상 사전간담회, 4차례의 연구자문단회의, 그리고 7차례의 건정심 소위원회 회의를 거쳐 충분히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동의하는 위원은 많지 않다.

결국 정부는 건정심 참여 단체들을 상대로 일주일 동안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해 수정본을 마련한 뒤, 4월 22~24일까지 3일간 서면심의를 통해 재심의 절차를 진행했다.

절차는 끝나도 논란은 남아..."비민주적 의사결정" 수면 위로  

보건복지부는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건정심 지적사항에 대해 추가 절차를 통해 보완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추가 의견수렴 기간이 서면심의 기간을 합해 불과 열흘 정도에 불과한데다, 법정 첫 정부 종합계획이라는 안건의 무게감을 볼 때 문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서면심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의료계 관계자는 "불과 수 일만에 얼마나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한 건정심의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결국 건정심의 형식적인 지적에, 정부가 형식적으로 답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이번 건보 종합계획안 처리를 두고 의료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과 건정심 구조개선 필요성을 재확인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의협은 24일 성명을 내어 "서면심의라는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절차를 통해 건보 종합계획이 확정된다면 이를 보건복지부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나아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올바른 건강보험 정책이 준비될 수 있도록 건정심의 역할과 구조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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