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행위-사망 인과관계 없으면 설명의무 위반 책임 없어"
대법원, "의료행위-사망 인과관계 없으면 설명의무 위반 책임 없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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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 오해 지적"…대전고등법원에 원심 파기 환송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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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와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에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예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증을 앓고 있던 환자 A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오히려 악화해 2010년 12월 20일 B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에 내원해 C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고 같은 날 입원했다.

C의사는 환자 A씨가 내원할 무렵 전신허약감, 오한, 고열 등의 증상을 호소해 혈액검사·초음파검사·내시경검사 등을 시행하는 한편, 골수검사 및 양전자단층촬영(PET-CT)을 실시(2010년 12월 27일)했다. 이 과정에서 3개 이상의 복합형 염색체 이상과과 골수·간·비장 등에 종양이 침범했음을 확인했다.

C의사는 검사 결과를 모두 종합한 결과, 간·비장·복부임파선·골수 등에서 악성림프종을 발견하고, 주된 병명을 '미만성 대식 B세포 악성림프종' 4기로 진단했다.

환자 A씨는 1차 항암화학요법(R-CHOP) 치료를 받은 후 종양용해증후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점차 증상이 호전돼 2011년 1월 22일 퇴원했다.

또 B대학병원에 입원해 2011년 1월 28일부터 2011년 7월 7일까지 7차례에 걸쳐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았다. 2011년 7월 31일 지남력이 저하돼 헛소리를 하고, 구역·구토의 증상이 심해지자 2011년 8월 3일 B대학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C의사는 머리와 목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결과(2011년 8월 4일)를 비롯해 뇌 단층촬영(CT)과 방사선촬영 결과, 뇌에 악성종양(뇌종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C의사는 A씨의 뇌에 항암제를 투입하기 위해 '오마야 카테터 삽입술'을 실시(2011년 8월 8일)한 다음, 항암화학요법을 실시(2011년 8월 16일, 23일)했으나 2011년 11월 7일 끝내 사망했다.

A씨 가족은 B대학병원과 C의사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진단 또는 치료상의 과실 유무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악성림프종이 골수를 침범한 후 중추신경계로 침범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환자에게 B대학병원과 C의사(병원 의료진)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요추천자를 실시해 뇌척수액을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실시하지 않아 A씨가 뇌종양을 조기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2011년 5월초부터 지속해서 두통이 있었음을 호소했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악성림프종이 중추신경계로 침범했거나, 원발성 뇌종양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이었음에도 병원 의료진은 증상을 간과하고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안지원 민사재판부는 "간경변을 앓고 있는 A씨에게 침습적인 검사인 요추천자를 시행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병원 의료진이 병명을 처음으로 악성림프종으로 진단하면서 요추천자를 실시해 중추신경계의 악성림프종 침범이 있음을 확인해야 할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A씨가 지속해서 두통을 호소하지 않은 점, 운동장애·언어장재·감각장애가 동반되지 않은 점이 있고, 두통이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이 있다"며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악성림프종이 중추신경계에 침범할 가능성이 10% 남짓으로 당시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고, A씨가 두통을 호소했으나 이것이 뇌종양에 의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병원 의료진이 A씨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천안지원 민사재판부는 "A씨 측의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런데 대전고등법원은 1심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전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늦어도 2011년 5월경에는 A씨의 두통·오심 증상이 뇌종양 또는 악성림프종의 뇌 전이에 따른 것임을 의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문진과 검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며 "주의의무를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병원 의료진에게 A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다"고 봤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1심판결과 다르게 해석했다.

병원 의료진이 2011년 5월경에는 A씨의 두통·오심 증상의 발현 시기와 경과 등에 관한 구체적인 문진을 시행하고 A씨에 대한 자기공명영상검사나 단층촬영 등을 시행해 뇌 등 중추신경계의 악성림프종 전이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고 본 것.

대전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이에 대한 설명과 추가검사를 받을 것인지 물어보지 않아 A씨의 적절한 치료기회를 상실하게 한 것은 물론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어 A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병원 의료진은 A씨 측에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판결에 대해 고등법원이 위자료 지급 판결을 하자 병원 의료진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와 망인(환자 A씨)의 뇌종양이나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두통 등 증상이 악성림프종의 뇌 전이나 뇌종양 발병에 따른 것일 가능성과 이를 확인할 추가검사를 받을지를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한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원심은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위자료 지급을 명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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