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부르는 의협, 상근이사 증원 시급하다
과로 부르는 의협, 상근이사 증원 시급하다
  • 신형준 의협 홍보 자문위원 relicshin@naver.com
  • 승인 2019.04.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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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혁 의협 상근 부회장 입원에 부쳐
신형준 의협 홍보 자문위원
신형준 의협 홍보 자문위원

의협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 신형준입니다. 이 땅의 최고 엘리트이신 의사 선생님들, 특히 의협 대의원 선생님들에게 앙망하는 바가 있어서 천박한 붓을 들었습니다.

의협 상근이사의 증원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의 연재 칼럼이던 '고금와유' 마지막 회에서 이미 한 차례 썼습니다. 하지만 과로로 병원에 입원한 방상혁 상근 부회장의 병문안을 4월 18일 오후에 하면서 아무래도 한 번은 더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든다면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의협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 부회장은 가슴앓이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가슴에 통증을 느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고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담당 의사 선생님은 방 부회장에게 "평생 약을 먹어야 할 것"이라고 하셨답니다.

물론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은 본인의 게으름 때문이다"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제3자'로서 방 부회장의 입원을 바라보노라면 '안타깝고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현재와 같은 의협의 업무 시스템이라면 상근 이사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병원에 입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조직이 부러웠던 이유

삼류 중의 삼류였지만, 저는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중앙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공무원 조직을 취재했습니다. 아주 짧게 대통령 비서실에서도 일했으니, '어쩌다 공무원'(줄여서 '어공'이라고 합니다)도 했고요. 

공무원 조직을 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서 공무원 조직이 그래도 부러웠던 것은 그 어느 조직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잘 돼 있다"는 말은 아주 솔직히 표현하면 "일할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제가 기자 생활 대부분을 보냈던 문화재 파트를 예로 들겠습니다. 

문화재 담당 공무원 조직은 문화재청과 국립박물관, 그리고 이 업무를 최종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눠집니다.

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유산 정책을 총괄하는 곳입니다. 국보나 보물 같은 유형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 부서, 인간문화재를 담당하는 무형문화재 부서, 희귀 동식물과 자연경관을 담당하는 천연기념물 부서, 경주나 공주 부여처럼 역사 도시를 담당하는 고도(古都) 보존 부서, 고궁을 담당하는 궁능유적부서 등으로 업무는 아주 세분돼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국립문화재연구소를 두어 학술적인 지원도 합니다. 

국립박물관은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필두로, 경주와 공주 부여 등 주요 고도뿐 아니라, 광주· 대구·전주 등 각 광역시나 대도시에 국립박물관을 두고 있습니다. 직원을 뽑을 때는 구석기 전공자, 신석기 전공자, 청동기 시대 무기류 전문가, 고려시대 불화 전문가, 조선시대 풍속화 전문가 등으로 세분화시켜 뽑습니다.

대통령 비서실 역시 만만찮은 인적 구성을 가집니다. 저는 대통령 비서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대통령 연설문은 문화관광부든 외교부든 해당 부처에서 초고를 보내면 연설기록비서관실의 행정관들(2∼5급)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게 손을 본 뒤 연설기록비서관(1급)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됩니다. 이 일을 하는 행정관들만 10명에 가까웠습니다. 경제 파트, 정치 파트, 문화 파트, 뭐 이런 식으로 분화된 것이지요. 그러고도 아주 중요한 글의 경우에는 홍보수석(차관급)이든 비서실장(장관급)이든 손을 한 번 더 거치고요. 

업무가 이리 세분화되다 보니, 특정 분야에서 10여년 정도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한 공무원은 학자 뺨치는 지식을 갖출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인천시의사회 간담회를 마치고 밤 11시경 불꺼진 의협 사무실로 다시 돌아온 방상혁 상근부회장.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과 관련해 자료를 보고 있다. 김선경기자ⓒ의협신문
지난 2018년 9월, 인천시의사회 간담회를 마치고 밤 11시경 불꺼진 의협 사무실로 다시 돌아온 방상혁 상근부회장.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일당백'을 요구하는 언론사 풍토

한데요, 예를 들어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기자는 대개의 언론사가 단 한 사람에게 맡깁니다. 사실, 문화재 업무 하나만 맡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몇몇 언론사는 문화재 담당 기자에게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학술 분야까지도 맡깁니다. 전문성을 가지기 힘든 것입니다.

자랑 섞인 회상 좀 하면,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중앙일간지에 기자로 입사했던 이들은 정말로 엘리트였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민주화 바람이 불던 시절, '언론을 통한 사회 개혁'을 꿈꾸며 언론사 입사를 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당시 서울대 인문대와 사회대는 '언론사 지망생들'로 득시글댔습니다.

그러나 이 똑똑하던 사람들이 기자를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문화재 기자를 예로 들자면, 한 사람이 어떻게 구석기시대~근대 시대까지의 유물과 유적을 알고, 인간문화재를 알고, 고궁에 대해, 박물관 전시 기법에 대해, 더 나아가 문화재 정책 전반에 대해 통달할 수 있을까요? 
 
학창 시절, 그런 경우 없으셨나요?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100쪽 정도면 모든 내용을 외울 듯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 범위가 1만 쪽이라면? 예, 그냥 포기하고 '평소 실력대로' 시험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문화재 기자는 고고학 전담 기자와 미술사 전담 기자 등으로 나누어 취재를 맡깁니다.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지요. 

문화재만 이런 게 아닙니다. 일본의 유수한 일간지의 경우, 문학 담당 기자는 한 신문사에 5명 이상도 둔다고 들었습니다. 시에 접근하는 방식과 소설을 감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더 세분화했습니다. 언론사를 소재로 다룬 미국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시지요? 미국 언론에는 세세한 사실을 취재한 뒤 글을 쓰는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리포터'마저도 존재하니까요.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문학이든 문화재든 언론사 당 대개 단 한 명이 이를 담당합니다.

사회가 급속도로 분화-발전된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전(前) 근대적 방식'이 과연 통할까요? '뭣도 모를 수밖에 없는' 기자들이 한 소리해 봐야 전문가들 눈에 차겠습니까? 현실에서 '일당백'은 없습니다, 무협지에서나 존재하지….

최근 들어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소리를 듣게 된 것은 기자들의 잘못이 물론 가장 크겠지만, 언론사 업무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지난 2018년 9월, 의협 연준흠·변형규 보험이사가 주말에 열린 제1차 보험위원회가 끝난 늦은 저녁 귀가하고 있다. 김선경기자ⓒ의협신문
지난 2018년 9월, 의협 연준흠·변형규 보험이사가 주말에 열린 제1차 보험위원회가 끝난 후 늦은 귀가를 하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의협, 상근 이사 시스템 제대로 갖춰야

그런데 그런 후진성을 의협에서 보았습니다. 너무도 놀랐습니다, 저는. 지난해 5월, 현 집행부가 출범할 때 저에게 '비(非)상근 상임이사'로 홍보이사와 공보이사를 겸임해달라고 해서요. 도대체 홍보이사가 어떤 일을 하는데, 비상근으로 일을 맡깁니까? 그 어느 조직이든 홍보 담당자는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인데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기사가 월·화요일에만 터지고, 수목금토일에는 터지지 않나요? 홍보 방안에 대한 고민을 1주일 중 하루 이틀만 해도 되는 건가요?

한데 의협 상임이사 시스템을 들여다보니 홍보 분야만 그런 게 아니더군요. 13만 의사 선생님들의 '대변인'이자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의협의 상근이사 정원이 고작 4명이었습니다. 그중 법적 문제를 자문 혹은 담당 처리하시는 '반(半) 상근 법제이사님'이 두 분이시니, 나머지 파트의 '실제 가용 상근 이사'는 3명에 불과했습니다('반 상근 2명=상근 1명'으로 칩니다).

그 인원으로 어떻게 국회를 상대하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를 상대하고, 수십 개에 이르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를 상대하고, 보험 현안을 처리할 수 있나요?

지난해 4월, 인수위 시절 때 방상혁 당시 인수위 대변인의 업무를 잠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차라리 기자 중 가장 힘들다는 '경찰 기자'(각종 사건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 중 가장 3D로 꼽히는 기자)를 하는 게 편하겠더군요. 조직 정비 방안 마련에, 전 언론사 기자들 상대에, 곧 벌어질 집회 준비에…. 심지어 휴대전화로 기자들과 통화를 하면서 직원들과 업무 협의를 하는 경우도 저는 보았습니다. 저렇게 일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의협 업무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박종혁 선생님이 '반(半) 상근 월급'을 받으면서도 매일 출근해서 대변인과 홍보이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솔직히 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부 중앙부처 조직은 대변인(국장)과 홍보담당관(과장급으로, 의협으로 치면 홍보이사에 해당)으로 분화된 지 오래인데….

그 어느 조직에서든 대변인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요. 한데, 그 중요한 자리를 '반 상근'으로 맡긴다? 박 대변인이 '맷집'이 좋아서 군말 없이 상근처럼 매일 일하는 게 다행일 따름입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라는 중차대한 파트를 담당하는 대외협력이사, 보험 업무 분야를 담당하는 보험이사, 그리고 홍보와 공보이사가 모두 비상근 상임이사입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의협에서 어느 분야가 중요한지 솔직히 퍼펙트하게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분야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압니다. 저 역시 공무원 조직을 20년 동안 취재하면서, 조직 운영에 대해 살핀 사람이니까요. 한데, 의협의 현재 인력 시스템으로 일이 원활하게, 최상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수가에 대한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들이 하실 때마다 저는 "비상근 상임 이사들 보수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조직에서 무슨 수가 이야기를 하나"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의협신문
매주 (수요일)오전 7시경 의협 집행부 전체가 모이는 상임이사회 시작 전 임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매일 결재 업무를 보고, 매주 수요일 오전 7시면 상임이사회에 참석해야 하며, 수시로 소속 부서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며 일처리를 해야 하는 비상근 상임이사에게 매월 55만원을 주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요? 왜 의협의 이사들 '수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않는 것인지, 저는 지금도 이해불가입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 가장 '전투력을 갖춘 집단'으로 평가받는 민노총에 상근자가 얼마인지 알아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현대차나 기아차 노조에는요? '사람 수가 힘'인 것은 모든 분야에 적용됩니다!

의사들, 의협에 투자해야

물론 의사 선생님들의 피 같은 연회비로 의협이 운영되는 것이니, 경비를 아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쓸 데 쓰지 못한다면, 일이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이전까지 상근이사 4명으로도 잘해 왔다"고 이야기하시겠다면 저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들, 그리고 의협의 대의원 선생님들에게 머리 숙이고 허리 조아려 말씀 올립니다.

대한민국 의사들의 미래를 위해 의협에 투자하십시오. 13만 의사를 위한 조직에 상근 이사 4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솔직히 10명으로도 부족하다고 저는 봅니다. 

오는 4월 27∼28일, 대의원 총회 때 상근이사 증원 안이 오릅니다. 현재 4명을 6명으로 확대하는... 제발 이 안에 찬성해 주실 것을 엎드려 바랍니다. 현 집행부를 위함이 아닙니다. 의사 집단의 현실과 미래를 위함입니다. 아니.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방 부회장 문병 때의 풍경을 말씀드리며 천박한 글을 맺고자 합니다.

저는 4월 18일 오후 3시 30분 쯤 도착해서 2시간 정도 병실에 있었습니다. 방 부회장은 그 중 절반의 시간을 통화하는 데 썼습니다

"그 일은 이리 처리해야 하고, 저 일은 저리 처리해야 하고…."

저럴 바에는 입원을 왜 하나,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과 같은 업무 시스템이라면 의협의 또 다른 상근 이사가 반드시 입원할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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