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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당직 한의사 하는 일이 '사망선언'?

요양병원 당직 한의사 하는 일이 '사망선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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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당직 한의사 채용 조건 "사망선언만 하면 된다" 공고 논란
의료계 "응급처치도 못하는 데 당직이 웬말...전문의 가산 자격없어"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요양병원이 '한의사 당직' 채용 공고를 내면서 '당직 한의사는 당직실에서 쉬시며, 사망선언 하시면 됩니다'는 채용 문구를 올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물론 요양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킨 가족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요양병원의 경우 의사 외에 치과의사·한의사에게 당직 근무를 서도록 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러다보니 당직 한의사 채용 공고가 늘어나면서 급기야 '사망선언'만 하면 된다는 식의 채용 공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신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요양병원에서 한의사를 얼마나 고용하고 있으며, 당직 의사·한의사 등을 얼마나 채용하고 있는지 파악했다. 이와 함께 당직 의사(한의사) 채용 시 근무 조건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A카페에 올라온 B요양병원 채용 관련 내용을 보면 '경기도 B요양병원에서 당직 한의사 초빙합니다. 교통이 편리한 병원입니다. 당직실에서 쉬시며, 사망선언하시면 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놨다.

의료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에서 당직을 서는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이 일반 병원보다 하는 일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사망선언만 하시면 됩니다'라는 근무 조건을 내걸어 당직 한의사 채용 공고를 한 것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고, 공분을 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처치에 따라 환자의 생명을 살리느냐, 사망에 이르게 하느냐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 이 관계자는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임을 고려하면 당직 의료인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의사 당직의 문제점을 짚었다.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2018년 12월 15일 방송/폭로자들-어느 병원의 잔혹한 비즈니스 편)에서는 요양병원의 적나라한 실태가 방영됐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만에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가고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례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요양병원에는 당직 의사가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에 근무 경험이 있는 전·현직 직원들은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의 경우 한의사를 채용하거나, 당직비가 비싸 당직을 서지 않는다"고 밝혀 요양병원 당직 의사(의사·치과의사·한의사) 운용 문제를 제기했다. 요양병원 당직 한의사와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낮은 수가와 높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일부 요양병원들은 여전히 야간과 주말 당직 한의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요양병원 당직 한의사들의 경우 '당직실에서 쉬시며, 사망선언만 하시면 됩니다'라는 채용 공고 문구처럼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대한일반과의사회는 "한의사가 당직하는 경우 심폐소생술은 물론 활력징후가 흔들리는 환자가 있으면 혼자서 감당할 수 없어 대개 호출을 받은 의사가 나와서 해결하고 있다"며 "같은 전문의라고 주장하지만 응급처치하는 능력이 다른 데 동일한 수가 가산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반과의사회는 "당직의 경우 적절한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한의사가 당직을 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병원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당직 근무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 진료과장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다"면서 "일부 요양병원은 한의사가 혼자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과 의사가 콜 대기를 하면서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직 한의사가 사망선언만 하면 된다는 식의 근무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의료기관으로서의 자질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한 손 회장은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노인인권 보호와 폭행 및 학대 방지, 사무장병원 근절, 불법행위 근절, 진료비 할인행위 및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자정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해 내부적으로 자정활동을 강화하고, 존엄케어를 통해 요양병원의 질을 높여나감으로써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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