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급여 지연, 비난이 향해야 할 곳은…
신약 급여 지연, 비난이 향해야 할 곳은…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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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그간 난치, 혹은 불치의 영역에 있던 질병을 정복할 희망이다. 국내 환자들도 정보의 접근이 빨라지면서 신약에 기대가 크다.

그런데 정작 혁신적 신약이 국내 시장에 출시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곧바로 사용하기 어렵다. 제약사가 신약에 책정한 엄청난 가격 탓이다. 제약사는 개발비용을 높은 가격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는 속이 터진다. 약이 있는 데 쓸 수가 없다.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건 건강보험뿐이다.

문제는 건보재정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재정적 한계로 한 가지 신약에 제조사가 원하는 약가를 책정할 경우, 다른 질병의 신약은 급여권 진입이 어려워진다. 여러 신약에 제조사가 원하는 높은 약가를 책정하면 건보 재정은 파탄날 수 있다.

정부는 신약의 급여권 진입 속도와 건보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다국적사와 첨예한 급여협상을 벌인다.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환자는 협상의 볼모가 된다.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급여화가 지연되면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때 사회적 비난의 화살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당연히 정부에 급여 지연의 책임이 있다. 책임져야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책정한 높은 약가, 혹은 급여기준을 양보하지 않는 다국적사는 책임이 없을까.

최근의 상황은 다소 의아하다. 사회적 분위기가 오롯이 정부를 향한 비판 일색으로 흘러가고 있다. 면역항암제 급여협상 관련 일련의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가 반응할 경우 혁신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반응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빠르게 적응증을 넓히고 있어 장기적인 예산 측정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함부로 급여약가와 급여기준을 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정부는 허가사항에 따라 면역항암제를 처방하고 반응 여부에 따라 건보재정, 혹은 제약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다국적사와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대상이 된 3종의 면역항암제 중 1종만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머지 2종은 아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론을 짓지 못했다. 협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자 환자단체는 보건복지부 앞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정부의 제시안을 받아들인 면역항암제가 급여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다국적사가 정부안을 받아들이길 촉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타이밍에 자사의 면역항암제의 급여가 지체된 다국적사는 '대만, B 면역항암제 모든 허가 적응증에 국민건강보험 급여 일괄 적용'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만뿐 아니라 세계 40여개국에서는 이미 급여권에 진입해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어떤 기준의 급여 적용인지, 결정된 약가가 얼마인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런 건 모르겠지만, 우리 정부만 급여 적용을 안하고 있어"라며 급여권 진입 지연의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에 전가하는 뻔한 의도였다.

그들의 의도 그대로 담은 기사들이 곳곳에서 발행됐다. 어떤 곳은 그들의 의도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의 결단'으로 포장한 '무조건적 수용'을 촉구했다.

기사를 접한 환자들이 제약사의 생명을 담보로 한 횡포보다 정부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정부가 환자들의 요구에 떠밀려 신약을 급여권에 집어넣는 것이 다국적사의 약가 인하, 또는 급여기준 양보 보다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도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상은 이중성이 있다. 환자에게 신약을 빠르게 접근시키는 조건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은 적절한 가격과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보건복지부가 독점적인 무기를 보유한 다국적사의 요구를 막아내기 어려워 보인다. 비난의 화살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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