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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여부 11일 결정…7년 전 합헌 결정 뒤집을까?
낙태죄 위헌 여부 11일 결정…7년 전 합헌 결정 뒤집을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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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과 달라진 낙태죄 폐지 여론, 법조계 '헌법불합치'에 무게
낙태죄 폐지 반대 측, "낙태를 여성 인권으로 포장 시도 중단" 촉구

헌법재판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7년 만에 형법에 의한 낙태죄 처벌 규정이 위헌인지 판단한다. 사회 각계각층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법 제269조 1항'(낙태 여성 처벌)과 '형법 제270조 1항'(의사 처벌)이다. 이 조항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를 시술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낙태죄 위헌 여부는 지난 2012년 8월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당시 재판관 8명의 의견이 4대 4로 갈리면서 낙태죄가 합헌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7년 동안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재판관 구성도 달라져 이번에는 7년 전과 다르게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하다.

낙태죄 위헌 여부에서 가장 큰 쟁점은 '동의에 의한 낙태죄 규정이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주장에 대한 판단과 임신 초기에 해당하는 1∼12주 사이의 태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다.

임신 초기(1주∼12주) 단계의 태아는 감각을 분류하거나 식별할 수 없는 상태이고, 감각을 통해 지각을 형성할 수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12주 이내의 태아는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허용하느냐가 핵심.

헌재의 결정은 ▲합헌 ▲위헌 ▲헌법불합치 등으로 나뉜다.

'합헌'은 말 그대로 2012년 결정과 마찬가지로 헌재 재판관이 낙태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행 형법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며, 앞으로 5년 이내에는 이 문제가 다시 헌법심판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위헌' 결정이다. 이는 재판관 6명이 위헌 의견을 내면 형법에서 정한 낙태죄 규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처벌 규정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제한적인 낙태를 사실상 허용하게 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헌법불합치'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에 따른 부담이 클 경우, 현행 형법 규정을 일정 기간 유지하고, 국회에서 시한을 정해 입법을 주문하게 된다. 즉, 13주 이상까지만 낙태를 처벌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하라고 하는 것.

이번 헌재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는 헌법불합치 결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 등을 고려해 헌재에서 낙태 처벌 규정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재가 합헌 또는 위헌이라고 단정해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낙태의 허용 시기를 정하고, 국회에서 시대적 상황에 맞게 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의사들은 현행 형법 규정 때문에 의사들이 비도덕적인 모습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18년 8월 27일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를 전면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개정하면서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의사의 면허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했기 때문.

(직선제)산의회는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보호법에서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비현실적임을 지적했다.

형법에 의한 실형 선고에 이어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까지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임신중절수술에 대해 위헌 심사를 하고 있으므로, 그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사회적 여론은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다.

헌재 결정을 앞두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월 '인공임신중절수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 10명 중 8명이 낙태죄 처벌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의 낙태율은 1000명당 4.8건으로 전체 낙태 건수는 연간 약 5만 건으로 추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형법의 낙태죄 관련 조항에 의한 처벌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면서 낙태죄 폐지 쪽으로 기울었다.

반면,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과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단체 등은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서명운동에는 12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60여개 단체는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과 가톨릭, 온라인에서 낙태죄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한 서명자가 120만명을 넘어섰다"면서 "헌재는 국민들의 여론을 엄중히 인식하고 낙태죄 합헌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혜정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하지만, 낙태가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은 숨기고 있다"면서 "반인권적인 낙태를 여성 인권으로 포장하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도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어서, 그리고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다는 이유로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는 것은 성관계가 재밌는 놀이라는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과학연구협회는 "여성단체와 언론들이 낙태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이 낙태한 여성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낙태죄로 여성과 의사에게만 처벌하는 규정을 남성에게도 실질적인 법·제도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며 '미혼부 책임법' 시행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폐지는 단순히 그 법을 하나의 폐지로 그치지 않는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여성단체나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단체들의 주장과 설문 결과만 가지고 해결할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낙태죄 폐지를 놓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헌재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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