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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큰 병원 이송? 119 구급대 지침 '발목'
무조건 큰 병원 이송? 119 구급대 지침 '발목'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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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할 수 있는 병원 아닌 큰 센터 우선 이송...인프라 갖춘 중소병원 외면
현실성 없는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개정 요구 높아
A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A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협신문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진료 능력 보다는 외형이 큰 권역외상센터와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우선 이송토록 규정하고 있는 '119 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응급의료센터보다 더 전문성 있게 시설·인력·장비를 갖추고, 심혈관 및 뇌졸중 전문병원으로 특화된 지역 중소병원들도 많기 때문에 응급 중증환자가 먼 거리에 있는 권역외상센터나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는 시간을 아껴 가까운 곳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 때문.

현재 '119 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에는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중증 외상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권역외상센터 및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선정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권역외상센터 선정병원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의료지도 등을 받아 치료가 가능한 가까운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권역외상센터가 선정되지 않은 지역은 중증 외상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지역 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하되, 행정구역상의 권역외상센터보다 다른 광역시·도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더 가까우면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 선정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밖에 응급의료취약지역의 경우 헬기 등을 이용해 권역외상센터 선정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지역별 여건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지역 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했다.

결론적으로 이 표준지침은 1순위로 권역외상센터, 2순위로 지역 응급의료센터, 3순위로 다른 광역시·도 권역외상센터, 4순위로 헬기를 이용한 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이송할 것을 정하고 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중소병원은 이것저것 다해도 안 됐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정도이다.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환자는 물론 비응급환자까지 몰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저히 환자 위주의 응급의료정보를 구축, 가장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119 이송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협신문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환자는 물론 비응급환자까지 몰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저히 환자 위주의 응급의료정보를 구축, 가장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119 이송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협신문

이런 표준지침에 대해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중소병원, 그리고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중소병원들은 굳이 권역외상센터나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가지 않아도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응급의료기관도 일정한 시설·인력·장비, 그리고 전문성을 갖췄을 경우 권역외상센터나 지역 응급의료센터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송된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데, 표준지침은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

지역 중소병원들은 "'119 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을 바꿔 특화된 지역 응급의료기관도 이송 대상 기관에 포함하고, 다발성 골절, 장기파열, 심혈관, 뇌졸중, 수지 접합 분야에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지역 응급의료기관 정보를 119 구급대원들이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하자"고 제안했다.

A중소병원장은 "뇌혈관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시스템과 장비를 들여놓고 전문인력도 3∼4명 갖췄는데 중증 외상 환자들이 119 구급대원 표준지침 때문에 무조건 먼 거리에 있는 권역외상센터나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이송한 중증 외상 환자들은 권역외상센터와 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시설·인력·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다시 이송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지적한 A중소병원장은 "지역 중소병원 중 특화된 분야를 파악해 환자를 먼저 이송할 수 있는 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총무이사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광역응급의료센터→응급의료센터→응급의료기관 순으로 정하고 있는 표준지침에서는 중증 외상 환자의 이송 규정상 응급의료기관이 배제돼 있다는 것"이라며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질환별 전문병원으로 특화된 중소병원도 있고,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중소병원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인력과 설비 기준만을 갖고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제외해 버리면 응급환자는 갈 곳이 더 없어진다"며 "사회적으로도 응급실에서 사망하거나, 이송 도중에 사망하는 사례가 이슈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역량 있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무이사는 "정부 부처가 지역 중소병원들과 논의해 특화된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전문병원 현황을 조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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