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2
할아버지 손잡고
녹내장 안약 받아 가시는 치매 김 할머니
가늘어진 신경줄 끝에
세상은 이제 눈곱만큼 붙어 있다
한 눈이 실명된 다운증후군 박씨
남은 눈마저 각막염으로 위태롭게 이어간다
지적 능력이 다섯 살인 정씨는
해맑은 표정이 소녀 같은데
올해 나이 예순세 살이다
자폐증 남군은
벌겋게 충혈된 눈을 눈꺼풀 속에 감추어놓고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절대로 내게 꺼내 보이지 않는다
하느님
때 묻을 수 없는 영혼으로
지상에 잠시 내려와 사는 이 천사들을
오래도록 꼭 기억하소서
강원도 강릉 출생. 서울의대졸. 안과전문의. 201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천국아파트 등 시집 출간. 2013년 귀향, 강릉솔빛안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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