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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복지' vs '잡탕찌개' 시험대 서는 커뮤니티케어
'혁신적 복지' vs '잡탕찌개' 시험대 서는 커뮤니티케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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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2년간 선도사업...광주시 서구 등 8개 지자체 진행
"문제는 디테일"...경로당 한의사 주치의제 등 논란 예고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 이른바 커뮤니티케어가 오는 6월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지역사회 속에서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지향점 아래 전국 8개 지자체에서 향후 2년간 '거대한 실험'을 치른다.

보건복지부는 4일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지자체로 ▲광주광역시 서구·경기도 부천시·충청남도 천안시·전라북도 전주시·경남 김해시(이상 노인) ▲대구 남구·제주 제주시(이상 장애인) ▲경기 화성시(정신질환자 선도사업)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단위 공모와 심사를 거친 결과다. 앞선 선도사업 공모에는 전국 29개 지자체가 참여신청을 냈었다.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민·관 협력방식의 다직종 모델을 채택했다. 지자체에 전담조직을 두고, 지역 내 의료기관과 정신건강기관·재가복지기관 등 민간자원과 연계해 노인 등 서비스 대상자에게 주거·의료·돌봄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일례로 광주 서구는 구 본청에 커뮤니티케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구내 18개 동을 5개 권역으로 나눠 5개 종합병원이 전담관리할 계획이다. 경기 부천시는 시내 36개 동을 10개 광역 동으로 전환해 광역 동별로 케어전담팀을 설치하고 종합사회복지관 및 주민건강센터와 연계하겠다는 안을 냈다.

선도사업 선정 8개 지자체(보건복지부)
선도사업 선정 8개 지자체(보건복지부)

문제는 현장에서 이것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다. 톱-다운 방식의 기존 의료·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결국엔 이도저도 아닌 짬뽕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커뮤니티케어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지향한다.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주도하는 기존 국내 상황과는 달리, 지역사회가 실정과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모델을 자주적으로 기획, 실행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각 지역별 특성을 세세히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중앙 단위 정책과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지방선거 등 정치상황과 맞물려 지자체 선심행정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경기도 부천시가 내놓은 방문 약료·방문 한의 서비스 제공 계획이나, 충남 천안시가 추진하겠다는 경로당 한의사 주치의제·경로당 순회 복약지도 등은 또 다른 '한방 난임사업' 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다기관·다직종이 함께 한다는 점도 새로운 가능성인 동시에 한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돌봄 선도사업의 경우 의료기관 퇴원지원·방문진료·만성질관관리 시범사업 등을 골자로 하되 각 지자체별로 주거개선·건강관리·가사지원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21개에서 많게는 38개 선도·연계·자체사업을 운영한다. 단순히 사업의 실시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여러 사업을 통합·연계해야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력도 지자체 공무원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국가기관, 의사와 한의사·간호사·약사 등 보건의약계, 사회복지사, 의료급여관리사 등으로 적지 않아 직역간 주도권 선점을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사업 운영의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고, 각 직역의 지위와 역할을 정하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돌봄 선도사업 선정 지자체 주요 사업(보건복지부)
노인돌봄 선도사업 선정 지자체 주요 사업(보건복지부)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선진국이 지난 30년 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압축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은 있겠지만, 중앙정부는 법제도 정비·재정 인센티브 제공·서비스 품질관리를, 지자체는 통합돌봄 서비스 기획과 제공 책임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문 약료나 방문 한의 등 일부 서비스의 적절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시된 사업 내용을 기반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실제 사업으로 추진할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현행 법령 체계의 범위에서 사업들을 기획해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기준 하에 사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은 각 지자체별 준비를 거쳐, 오는 6월부터 2년간 진행된다. 필요한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1:1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정부는 올해 63억 9300만원을 선도사업 예산으로 확보했다. 사업에 따라 건강보험 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 지원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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