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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신설'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약대 신설'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4.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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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강력 반대에도 전북대·제주대 약대 신설 결정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의료계 목소리 배제 '닮은 꼴'
ⓒ의협신문
ⓒ의협신문

20→35→37.

약계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결국 약대 두 곳이 새로 선정됐다.

교육부가 지난 3월 29일 전북대와 제주대를 약대 신설대학으로 최종 선정하면서 약대는 37개로 늘어났다.

두 대학이 2020학년도부터 30명씩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합격자를 신입생으로 뽑을 수 있게 되면서 전국 약대 정원은 1693명에서 175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교육부가 지난 2011년 15개 약대 신설을 허용하면서 35개 약대체제가 된 지 9년만이다.

2010년까지 전국에는 경희대·덕성여대·동덕여대·삼육대·서울대·숙명여대·이화여대·중앙대·성균관대·부산대·경성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충남대·충북대·전남대·조선대·원광대·우석대·강원대 등 20곳 대학에 약대가 있었다.

2010년 2월 정부는 가톨릭대·아주대·차의과대·한양대·동국대·가천대·연세대·경상대·인제대·경북대·계명대·단국대·고려대·목포대·순천대 등 15곳 대학에 약대 신설을 허용하면서 35개 약대가 됐다.

당시 정원 20∼25명의 초미니 약대가 신설되면서 교수진이나 교육 커리큘럼 등에 있어 학사일정 운영 자체가 불가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대규모로 약대가 신설된 지 7년만인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개발 인력과 병원 약사 수요 증가'를 이유로 교육부에 약대 정원 60명 증원을 요청했다. 교육부의 결정은 기존 약대정원 증원이 아니라 약대 신설이었다.

고신대·광주대·군산대·대구한의대·동아대·부경대·상지대·을지대·전북대·제주대·한림대·호서대 등 12곳 대학이 약대 신설 의지를 밝히며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교육여건 등에 대한 서류평가인 1차 심사 결과 전북대·제주대·한림대가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일각에선 정원 20명의 초미니 약대 출범이 예견되기도 했으나, 현장실사 방식의 대면평가로 진행된 2차 심사 결과 한림대가 낙마하고 국립대인 전북대·제주대가 최종 신설 약대로 선정됐다.

약대 신설이 추진되면서 약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약대 증원을 요청하고 교육부가 약대 신설을 결정하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회는 "지난 2011년 15개 약대 신설 이후 입학정원은 40% 늘어났으나 R&D 제약업체에 취업한 약사의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약대 신설 명분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에 대해서는 "기존 약학대학의 정원 조정이 아닌 약대 신설로 계획을 수립한 정책 배경에 대해 공익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약계의 반대에도 신설 약대가 결정되자 29일 약사회는 '약대 교육 황폐화 부추기는 초미니 약대 신설을 규탄한다' 제하의 성명에서 "약대 신설 이후 교육현장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제약업계 취엄비율을 오히려 낮아졌고 약국 편중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2+4학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22학년도부터 약대 6년제 전환을 결정한 교육부가 다시 2+4학제 약대를 신설하는 행태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약대 신설을 둘러싼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은 의료계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약대 신설 추진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양새도 같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군불을 땐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에 대해 올해에는 구체적인 정원까지 밝히면서 국회 입법을 공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내놓은 공공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서 공공의료인력 확충 대책으로 국립공공의료대학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4년제 국립대학법인 형태로 설립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은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입학생 학비 전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졸업 후 의료취약지 의무근무를 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의료계는 보건의료발전이라는 큰 틀의 계획 없이 공공의료만을 단독으로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국민건강보험 아래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공공의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공공의료대학 문제 역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우려에 귀를 닫고 있다. 오히려 잦아들만하면 '의사 수 부족'을 내세운 각종 왜곡된 지표로 의료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요지부동 저수가에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정상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의료기관 옥죄기에 일관하면서 의료계의 고언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약대 신설 과정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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