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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병의원이 민간보험 청구대행까지 맡을 순 없다."
"병의원이 민간보험 청구대행까지 맡을 순 없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9.03.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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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협, 실손 보험사 청구 대행 '안돼' 못박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범 일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26일 밝혔다.

고용진, 전재수 의원은 최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이 요청하면 요양기관은 진료비 계산서 등을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심평원에 전송 업무를 위탁"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개협은 "의료기관이 실손 보험을 청구대행하면 보험금 지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개정이라고 하지만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복잡하게 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에게는 "실손 보험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환자와 의사, 즉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 전문>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고용진 의원(15714), 전재수 의원(18363)) 발의에 대한 의견
 
최근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 하는 것이다. 발의 이유로는 보험소비자들의 편의를 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손 보험사들의 집요한 법안화 노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개월도 안 되는 시기에 동일한 법안의 발의에 대하여 의료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강력한 반대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보험제도란 가입자와 보험사의 관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의료기관이 일정 기간의 진료내용을 청구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구를 하면 심사평가원에서 적정성을 평가한 후 건강보험 공단에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이 가입자를 대신하여 청구 대행을 해주고 있다. 통상적인 사회적 개념으로는 어떤 일을 대신하여 주는 경우 대행수수료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의료에서는 이러한 당연한 상식이 무시되어 왔지만 대한민국 의료계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수수료는 고사하고 자비로 청구프로그램을 구입하여 적지 않은 관리비 까지 부담하며 청구대행을 하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정부가 청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의료기관에 보급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장려책을 쓰기도 한다.

심사평가원의 심사는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영원히 100점을 받을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의학적인 고심을 통하여 내린 처방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약제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금액에서 삭감시키는 것을 일반인들은 그럴 리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심사평가원에서는 병원에서 진료한 내용이 맞는지 의심해보고 확인하라고 여기저기 광고를 하고 심지어 수개월이 지난 진료비용이 맞는지 편지도 보내고 전화까지 걸어서 확인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의료기관 말고 정부에서 나서서 의심을 하도록 장려하는 곳이 또 있을까싶다. 의료가 온전한 기능을 하려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바탕임을 정부는 모르는 것 같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청구대행을 중지하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질곡을 국가적인 일이기에 의료계는 묵묵히 감내해 왔다. 혹자는 의료의 공공재 역할을 들먹이는데 우리나라는 의사의 교육, 개원, 운영 등 개원가에게 티끌 하나 보조하는 것이 없다. 이제는 개인 간의 계약을 한 실손 보험사까지 청구 대행을 시킨다고 나서고 있다. 개인의원을 포함한 민간 의료기관은 공공 기관이 아니다. 정부의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아니다. 세금 똑같이 내고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이고, 국민이다.

실손 보험사는 현재도 병원에서 챙겨준 보험금 청규 서류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까다롭게 굴어서 청구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그나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까지의 선례를 보더라도 보험사는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나마 지금은 보험금 청구에서부터 지급까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처리가 된다. 그러나 개정안처럼 의료기관이 실손 보험의 청구대행을 하게 되면 지급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의료체계의 왜곡으로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의 분야는 벌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선에서 환자를 맞대고 있는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져도 위태하다. 이 나라를 위하여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정부 및 국회 관계자들께서는 실손 보험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환자와 의사 즉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의료기관이 서류 발급 대행기관이 아닌 의료의 본연의 업무인 환자치료에 충실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를 위해 헌신하고 고민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진지한 자세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여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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