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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성질환 '다발성경화증'…진단율 높이려면?
이제는 만성질환 '다발성경화증'…진단율 높이려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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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 교수
"진단율 높이려면 인지도 높이는 방법뿐"

갑작스런 안구 통증과 함께 시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 환자가 있다. 동네 안과를 방문했지만, 스트레스 외에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반복됐다. 그때마다 안과를 찾아 안약을 처방받았다.

이 환자가 만약 다발성경화증이라면 어떨까. 계속해서 안과 치료만을 반복한다면 결국 시신경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번 손상된 신경은 회복되지 않는다. 다발성경화증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다발성경화증의 증상이 시신경염뿐 아니라 상하지 저림, 대소변 장애, 복시, 안면 감각 이상 등 발생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게다가 증상의 발현과 완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어렵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호진 국립암센터 교수(신경클리닉)가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인지도 개선이 진단율 확대의 우선 조건이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협신문>은 국립암센터에서 다발성경화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있는 김호진 교수를 만나 조기치료의 중요성과 진단율 확대를 위한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 교수 ⓒ의협신문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클리닉 교수 ⓒ의협신문

Q.다발성경화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보통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반면, 다발성경화증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하는 자기 면역 세포가 잘못 프로그래밍돼 자기 몸의 중요한 부분인 중추신경을 공격하여 염증 및 신경손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공격을 왜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공격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치료 방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추신경계 내에 염증이 발생하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오며, 때로는 뚜렷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중추신경계 염증에 의해 갑작스런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재발을 경험하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후에는 재발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이 완전히 또는 일부 호전된 상태로 보통 수개월 유지되는 완화상태를 갖다가 재발을 반복하는 임상 경과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다발성경화증 증상으로 시신경염으로 인한 갑작스런 안구통을 동반한 시력 저하, 척수염으로 인한 상하지 저림 및 위약이나 대소변 장애 및 대뇌 및 뇌간의 염증으로 인한 복시, 일측 상하지 마비, 안면 감각 이상, 안면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Q.아직 다발성경화증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발성경화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장애의 진행을 막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치료가 지연될수록 그로 인한 누적되는 신경학적 손상이 많아지므로 보존할 수 있는 뇌의 기능이 적어진다.

또한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질환 초기에는 주로 반복되는 중추신경계 염증에 의한 신경 손상이 누적되면서 장애를 갖게 되며, 치료하지 않고 질환이 15∼20년 이상 경과하면 재발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경과를 보인다.

현재까지 승인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들은 모두 초기에 반복되는 염증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질환이 오래 경과되어 진행성 경과를 갖게 되는 경우에는 아직까지 효과를 보인 치료제가 없다.

게다가 현재 사용되는 약제들도 가능한 조기에 사용할수록 질환 조절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가능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고 치료 중에도 질환 활성도가 관찰되면 조기에 보다 효과가 강한 약물로 치료를 전환하여 뇌손상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주로 20∼30대에 발현해 수십년의 경과를 갖는 만성질환이다. 활발한 경제활동과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시기다. 유병률이 높은 서구에서는 젊은 연령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가장 높은 원인이 다발성경화증이다. 

앞서 말씀드린 증상 외에도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면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진다. 겉으로 볼 때는 전혀 티가 나지 않지만, 고도의 두뇌를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서는 자칫 직업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신체적 장애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제시되는 등 다발성경화증의 치료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발성경화증도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적절히 치료한다면 장애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의사로서 다발성경화증도 이제는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적절히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김호진 교수ⓒ의협신문
김호진 교수ⓒ의협신문

Q.다발성경화증을 만성질환이라고 본다는 것이 인상 깊다. 그렇다면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질환 특성상 주사제와 경구약제에 대한 환자 선호도 차이가 클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어떤가?
얼핏 생각하면 환자의 대부분이 경구제를 선택할 것 같지만, 실제 처방 현장에서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다. 경구제와 주사제 모두 각각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히 처방되면 더 효과적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1세대 치료제로 등장한 자가 주사제의 장점은 '안전성'이다. 오랜 기간 사용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인했다.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약제의 안전성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질환 정도가 심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더욱 고려해야 한다.

경구제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는 치료제이지만,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는 주사제가 좀 더 높은 장점을 갖고 있다.

Q.다발성경화증의 진단율을 높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다발성경화증은 진단이 매우 어렵다.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뚜렷한 바이오마커가 없고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임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영상학적으로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시신경척수염 등 유사 질환도 잘 구분해야 한다. 다발성경화증으로 명확하게 구분해내기까지 진단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다발성경화증을 전문으로 보지 않는 타과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하는 질환 교육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덕분에 보건의료분야에서는 과거에 비해 인지도나 진단율이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일반인의 질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다발성경화증 증상이 워낙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어느 과로 내원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재발과 재발 사이 수개월 이상의 간격이 있다 보니 급성기 증상이 호전되면 진료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기도 한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야 진단율이 올라갈 수 있다. 이는 오랜 기간이 필요한 어려운 부분이다. 많은 환자들이 안과를 찾지만, 시신경 분야는 대부분의 안과전문의에게 주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이 질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떼쓰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젊은 의사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외국에서는 신경면역 기전, 혹은 표적을 찾는 연구는 물론 임상시험 디자인이나 영상분야에서도 이 분야가 주도하고 있는 면도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Q.마지막으로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발성경화증은 대부분 젊은 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학업, 직장 등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이제 다발성경화증은 조기에 진단해 잘 치료하면 결혼·출산·직장생활 등을 잘 유지하면서 건강한 삶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했고 현재도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질환 치료에 대한 전망이 매우 밝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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