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형사처벌, 여성 기본권 침해"
"낙태 형사처벌, 여성 기본권 침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20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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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조항 위헌 취지 의견 제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가장 작은 생명 가벼이 여겨서야" 비판
헌법재판소. ⓒ의협신문
헌법재판소. ⓒ의협신문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바402 결정)의 결정에서 낙태죄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위 조항이 헌법에 반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이 심리 중이다.

이런 가운데 2017년 9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 한 달 만에 23만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면서 낙태 문제가 다시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됐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낙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뿐만 아니라 건강권, 재생산권 등 삶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사안임을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법(제2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키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한 결정문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 ▲여성의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 ▲재생산권 침해 ▲형사정책적 정당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와 관련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낙태죄는 경제적·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즉 낙태 역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형법은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로 인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으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18년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낙태를 합법화, 비범죄화, 처벌조항을 삭제하고, 세계보건기구 역시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돼야 한다'고 선언했다"며 "국가는 이런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생산권 침해도 언급했다.

"낙태죄는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밝힌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당사국에 자녀의 수 및 출산 간격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결정할 동등한 권리와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정보, 교육 및 제 수단의 혜택을 받을 같은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제6조에 따라 이러한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사정책적 정당성의 문제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낙태죄는 일본의 용형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국가의 인구 정책적 필요에 따라 작동 여부가 변화해왔고,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허용조건을 활용해 생명을 선별했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낙태죄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게 실현되었는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낙태죄를 통해 낙태의 예방 및 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봤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서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이나 직장 등 이유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전 조사 등에서 연간 17만 건의 낙태 수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

"낙태죄로 인해 낙태율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낙태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부동의 낙태 등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옥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돼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낙태죄 위헌 여부를 두고 논쟁이 첨예한 가운데, 국가 기관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2년 헌재가 4대 4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정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낙태를 형사 처벌 하는 것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기 때문.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가뜩이나 모체에 의존해서 생사여탈권이 결정되는 태아를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생명이라고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것인가. 가장 연약한 생명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태중에 있는 가장 작은 사람 하나라도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과가정을위한학부모연합도 성명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고 해서 이미 독립적인 생명체로 성장하고 있는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태아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나의 권리는 소중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약자이며 마땅히 보호 받아야할 태아의 생명 권리는 하찮게 여기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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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진 코리아 안설경 2019-04-09 17: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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