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생명 끊어 놓겠다"...상습 협박, 폭행에 오물도 뿌려
"의사 생명 끊어 놓겠다"...상습 협박, 폭행에 오물도 뿌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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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떠는 A병원 의료진들..."집 주소, 자녀·아내 이름까지 들먹여"
의협 법률지원, 경찰에 '구속 수사' 촉구...진료실 안전법 조속 통과를

상습 협박과 폭행은 물론 병원에 오물까지 투척하는 등 도를 넘은 환자의 집요한 괴롭힘에 A병원 의료진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에 긴급 SOS를 요청했다.

A병원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과 원무과 관계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걸려오는 협박 전화는 물론 언제 병원에 들이닥쳐 어떤 위협을 할 지 모른다"며 불안해 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집요한' 그 환자의 괴롭힘…

사건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27세 남성 B씨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A병원에 내원했다. 환자는 내원 3일 전 다른 병원에서 인대강화주사를 맞은 상태.

C의사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는 환자의 말에 엑스레이를 촬영,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했다. C의사는 이미 맞은 주사는 효과가 없고, 다음 단계의 신경주사가 있는데, 가격이 조금 나간다고 안내했다. B씨는 비싼 주사 말고 다른 종류의 주사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며 20분간 같은 질문을 되풀이 했다.

진통제 주사는 없냐는 B씨의 질문에 C의사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약효가 떨어지면 당연히 다시 아파온다. 간호사에게 주사 비용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원한다면 치료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B씨는 화를 내며 A병원을 나갔다.

B씨의 집요한 괴롭힘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B씨는 D간호사에게 C의사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요구했다. 당시 C의사는 다른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고, 수술도 잡혀있는 상황. 

만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B씨는 다짜고짜 진료실로 들어와 책상을 발로 차고, 직원과 의사를 밀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바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B씨는 "페이스북에 다 올릴 거다. (다른 환자들에게)여기서 진료보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진료를 보던 다른 환자도 A씨의 난동에 고개를 흔들었다. 약식명령까지 진행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73통의 협박 문자' 주소에 가족 이름까지 알아내…

B씨는 병원 직원들이 오히려 자신을 폭행했다며 맞고소했다.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집요한 괴롭힘은 계속됐다.

A병원 E원무과장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B씨로부터 받은 협박과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협박문자가 계속됐다. 총 73통을 받았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자에는 E원무과장의 집 주소, 아내와 자녀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작년 11월에 이사한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호 앞에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느냐?', '죽여버리겠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하겠다', '그 의사 생명을 끊어놓겠다' 등의 협박문자가 계속됐다"며 "너무 무서웠다. 아이에게 해코지할까 두려워 유치원도 보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환자 보호자인 척 내원…2L 오물 뿌리고 의사 폭행

최근 B씨는 지인을 환자로 가장시킨 후 마스크를 쓴 채 보호자 행세를 하며 A병원에 내원했다. B씨는 지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2L가량의 오물을 뿌리고 의사를 넘어뜨린 채 수차례 가슴을 가격했다. 

E원무과장은 디도스 공격까지 한 정황도 설명했다.

"갑자기 병원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이 생겼다.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니, 검색봇을 이용한 디도스 공격이라고 했다"고 밝힌 E원무과장은 "경찰에 신고하고, B씨가 조사를 받은 날마다 공격이 일어났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정황이 들어 맞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원무과장은 "왜 협박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초진이어서 치료 결과가 불만족하다는 항의도 아니다. 경찰이 왜 그랬는지 물었는 데, 깔보고 무시해서 그랬다는 데 의심 가는 상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물 대신 더 무서운 흉기를 들고 찾아올까 무섭다. 만약 불구속된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폭행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B씨는 유치장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직원들은 모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이며,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서 관계자는 "어제 긴급체포를 했다. CCTV와 진술 등 정황을 파악한 뒤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관련 수사자료를 종합해 내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병원은 사건이 처음 일어난 2018년 12월 당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신고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연희 법제자문위원(법무법인 의성 변호사)이 법률상담을 진행하며 대응에 나섰다. 의협은 의료진을 협박하고, 진료실까지 찾아와 폭행과 오물까지 투척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엄정한 구속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협은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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