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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CEO 한국인 '찰리'의 '수평적 기업문화'

외국계 CEO 한국인 '찰리'의 '수평적 기업문화'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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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홍병 한국에자이 대표이사

자신을 '찰리'라고 불러 달라는 대표이사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직장 내에서 이름을 부르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한국문화에서 살아온 그도 잘 알고 있다. 조직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한동안은 신입사원에게 대표이사실을 내어줬다. 분기마다 열리는 자리 정하기 게임에서 진 탓이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했다. 경영진으로서의 긴밀한 통화는 어려웠고 회사에 방문한 인사를 응대하기도 곤란했다. 직원을 설득해 겨우 방을 되찾았다.

다만 계속해서 조직문화를 수평적 관계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철학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더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기업의 한국인 CEO,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이야기다.

고홍병 대표는 5년 전 한국에자이를 이끌기 시작했다. 직원 해고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으로 대표되던 한국에자이의 이미지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이에 <의협신문>이 서울 삼성동 한국에자이에서 고홍병 대표이사를 만나 경영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고홍병 한국에자이제약 대표이사 ⓒ의협신문
고홍병 한국에자이제약 대표이사 ⓒ의협신문

한국에자이의 기업문화에 대해 설명해달라.

사회적 트렌드로 '워라밸'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에자이도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해 휴가 제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상사의 승인 없이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연차 승인 시스템을 없앴다.

또 5년 단위로 장기 근속자에게 안식 휴가와 여행 경비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재충전하고 온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고 성과도 오히려 더 좋게 나타난다.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하고 있어, 서로를 부를 때 직급을 뺀 영어 호칭을 2년째 사용 중이다. 회사와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해야 직원들로부터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의견들이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HHC(휴먼헬스케어), 사업 성과, 그리고 환자와 가족에 대한 기여, 이 모든 것들의 주체는 직원이다. 즉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외부에서는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만 보일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노력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17년과 2018년도에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우수기업' 표창을 받았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회사 100대 기업'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를 한 달로 연장, 근무일 기준 20일로 하기로 협의했다. 나도 자녀를 키우다 보니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알기에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자녀 계획이 없던 직원들도 2세 계획을 고려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과거 에자이는 직원 해고와 노조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취임 이후 한국에자이의 조직 분위기와 이미지가 많이 변했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불안함을 느낀 사람이었기 때문에 똑같은 분위기와 조직 문화를 고수하면 안 되지 않겠나.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려고 노력 중이다. 

에자이 본사에서도 조직문화가 중요성을 알면서도 잘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 본사에서 한국으로 직원을 파견 보내 그 이유를 알아볼 정도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계시는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수직적으로 조직이 운영됐다면,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직원들 또한 일방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오히려 수직적인 체계가 사내 갈등과 불신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수평적인 조직을 강조하지만 100% 수평적인 구조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해야 한다. 직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사내 갈등이나 불신을 완화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자이는 증원이나 충원을 해야 할 때 경력이 많은 분보다는 주니어를 채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자이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4세, 밀레니얼 세대들이 75% 이상을 차지하며, 조직문화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수평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 되어야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직책과 상관없이 "제 생각은 이래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위에서 말했을 때 "왜요?" 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본다.

승진할 때도 시험이 보거나 단순 인사고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이 사람이 조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려 한다.

경영 철학이라고 봐도 될까?

사람, 즉 직원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 한국에자이에 취임할 때 내세웠던 3가지가 ▲공정 ▲투명 ▲Fun & Work hard다.

공정이나 투명, Work Hard는 기업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즐겁게 일하자는 'Fun'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만큼 무엇보다 회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한국에자이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부서별 고정된 자리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3개월마다 제비뽑기를 통해 자리를 로테이션하고 있다.

제비뽑기가 최근에는 지우개 따먹기를 해서 그 순위에 따라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는 일종의 게임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지난번에는 1등을 한 신입 직원에게 대표실을 3개월간 빼앗긴 적도 있다. 

경영 철학이 거창하진 않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우리의 서비스와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고객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밖에 대표로서 어떤 전략을 세워 앞으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또 각 부서장들과 끊임없이 의사 소통을 하고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며 서포터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글로벌에서는 감원정책, ERP에 대해 말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도 계획이 있는가?

진행할 계획이 없다. 개인적으로 ERP 진행 사례를 봤을 때 주로 유능한 인재들이 퇴사해 이직하는 상황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ERP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직원들을 줄이기보다는 직원 규모를 유지한 채 직원들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기보다는 해왔던 것을 꾸준히 잘해나가고 싶다. 그중 하나가 '나를 있게 하는 우리'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내 혁신 프로젝트'인데 올해는 이 프로젝트들이 제 궤도에 올라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산업에 제약사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기업들이 진입해오고 있다. 이제 약은 한 종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전증이나 ADHD를 어플리케이션으로 개선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다른 분야의 기업들, 기관, 학회와 협력할 기회를 더 많이 모색하려고 한다.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사회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끼리 결속력을 다져 나감으로써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회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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