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제 규제 완화 말뿐...실효성 없다"
"세포치료제 규제 완화 말뿐...실효성 없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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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허가제 3년 전 도입했지만 허가 전무...업계 "규제 완화해야"
중앙약심 심사기준·무리한 자료 요구 '발목'...특별심사 도입 촉구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간경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4년 생존률 83~90%(2년 생존율 94%)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국내 개발 줄기세포치료제는 법률과 행정 규제에 막혀 정작 치료제 개발은 발목이 잡혔다. [사진=pixabay]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간경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4년 생존률 83~90%(2년 생존율 94%)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국내 개발 줄기세포치료제는 법률과 행정 규제에 막혀 정작 치료제 개발은 발목이 잡혔다. [사진=pixabay]

첨단 제약바이오 연구와 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규제를 위한 규제 장벽에 막혀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의 연구 자생력을 확보하고, 치료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조건부 품목허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말뿐인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건부 품목허가는 임상 2상시험 자료로 우선 의약품 허가를 승인하고, 시판 후 임상 3상시험을 시행해 자료를 제출토록 허가 조건을 완화하는 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6년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 번 발명하면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한다며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 안전성 및 탐색적 치료 효과가 확인된 세포치료제에 대해 조건부 허가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조건부 품목허가 제도 도입후 지난 3년 동안 허가의 문턱을 넘은 세포 치료제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 바이오·의료 분야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조건부 허가 기준에 맞지 않는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기 때문에 부득불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조건부 허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앙약심의 임상시험 심사에 일관성과 전문성이 없고, 임상시험 자료 등 재보완 요구에 충실히 응해도 조건부 허가를 불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세포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요구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세포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요구하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식약처에 대한 의혹을 밝혀달라"거나 "전문성과 투명성 결여된 중앙약심위를 개혁하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의협신문

최근 2건의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허가 신청이 반려되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결여한 중앙약심위를 개혁해야 한다"는 10여건의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다.

국민청원의 주요 내용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식약처가 십수 년 공들여 개발한 약들을 홀대하고 허가 조차 내주지 않고 있다. 중앙약심위의 신약 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의를 통해 국민의 생명권이 존중받고, 연구기업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해 달라"는 것.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선 심사 기준의 모호성을 짚었다.

실제 일반에 공개된 중앙약심의 2017년 9월과 2019년 1월, 두 차례의 '셀그램-엘씨'에 대한 조건부 허가 타당성 검토 결과는 차이가 있다. 2017년 심사 때는 '알코올성 간경변(Child-Pugh-grade B, C)은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해당됨'이라는 평가가, 2019년에는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는 Child-Pugh 7점(B)대의 환자로 모집돼 중증으로 보기 어려움'으로 바뀌었다.

Child-Pugh-grade는 간경화의 중증도를 임상 향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5∼6점(A), 7∼9점(B), 10~15점(C)으로 구분한다. 내과학 교과서에서는 점수가 낮은 A는 경증, B·C는 중증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셀㈜ 측은 중앙약심이 "2017년 심사 때는 알코올성 간경변(Child-Pugh-grade B, C)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해당한다'고 했다가, 2019년에는 '임상시험에 등록된 환자는 Child-Pugh 평균이 7점(B)대라서 A와 B의 경계에 있는 환자이기에 중증의 환자라고 보기 어렵다. 중증의 혼자로 보이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 지었다"면서 "2017년 중앙약심과 2019년 중앙약심의 입장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대상 환자의 Child-Pugh-grade 7점대 임상 대상 환자는 비가역적 중증질환자가 맞다. 그러나 해당 임상시험에는 7점대 이상 환자는 없었다. 좀 더 중증인 환자도 임상시험에 포함하는 것이 조건부 허가 기준"이라면서 "중앙약심이 대상 질환은 맞지만 임상시험 디자인(기획)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식약처 허가분야 관계자들이 조건부 허가의 입법 취지와 규정을 무시한 채 무리하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심사 과정에는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임상결과는 물론 장기추적 생존율 데이터 조차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제품화를 통한 조속한 시장 진입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제도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말뿐이 아니라 실무에서 적용을 해야 한다"고 밝힌 제약바이오업계는 "줄기세포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를 위해 줄기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를 위한 특별심사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이런 지적과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업체의 치료제들은 대부분 제도 시행 시점 이전에 이미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거나 임상시험 디자인을 마친 품목들이다. 제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임상시험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심사에 제출하고 있다"고 밝힌 식약처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자, 기준에 맞지 않은 임상시험 결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 3년 간 중앙약심위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공들여 개발한 세포치료제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고, 혁신신약 약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pixabay]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 3년 간 중앙약심위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공들여 개발한 세포치료제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고, 혁신신약 약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pixabay]

줄기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를 위한 특별심사 과정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국회로 공을 넘겼다.

현재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첨단바이오재생의료법 제정안'(대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첨단바이오재생의료법'은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첨단바이오법 제정안과 첨단재생의료법을 통합한 대안으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입법공청회를 거쳤다.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첨단바이오재생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식약처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입법화하면 법을 근거로 조건부 허가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첨단바이오재생의료법'은 여야 이견 조율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어서 3월 임시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 방안을 반영한 법률안을 제정해 줄 것이라며 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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