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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있다고 '의료과실'?…대법원 '파기 환송'
후유증 있다고 '의료과실'?…대법원 '파기 환송'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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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에 관한 법리 오해" 지적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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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 절제 및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은 환자가 신경 손상과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 결정을 내렸다.

수술 중에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돼 역행성 사정의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의사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

환자 A씨는 2013년 7월 B병원에서 제4번 요추∼제1번 천추 부위 전방 경유 추간판 제거 및 인공 디스크 치환술을 받았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 '남성 불임증', '기타 원인으로 인한 남성 발기 장애, 생식기 반응의 부전' 진단을 받았다.

발기부전은 호전됐으나 '사정 장애' 및 '역행성 사정', '적응 장애' 진단까지 받은 뒤 손해배상을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사건 장해는 B병원 의사가 수술하는 과정에서 A씨의 상하복교감신경총을 손상시키는 등의 과실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는 의무를 다한 것으로 봤다.

1심 법원은 "후유 장해가 이번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합병증은 아니지만, 그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수술 자체에 위험성이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장해의 발생 경위, A씨의 증상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의 책임비율을 70%로 한다"며 B병원 의사는 A씨에게 2588만 3681원, A씨의 부인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서울고등법원) 법원도 B병원 의사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같은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 A씨는 "의사가 추간판 절제 및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시행할 경우 수술 도중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해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을 손상시킨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의사는 수술 전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역행성 사정 등의 합병증 등에 관해 설명한 바 없고, 오히려 위 수술의 장점만을 강조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2심 법원은 "A씨가 주장하는 후유증 가운데 사정 장애 및 역행성 사정, 적응 장애는 의사가 수술을 시행하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A씨의 상하복교감신경총을 손상시키는 등의 잘못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방 경유술 과정에서 추간판 노출을 위해 손가락, 피넛볼(거즈 뭉치를 말은 박리기) 등 무딘 박리기 사용이 권장되는데, 의사는 수술 당시 수술용 클립(surgical clip)을 사용해 신경 손상 예방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2심 법원은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후방 경유 요천추 추간판 수술(후방 경유술)을 권유했는데, B병원 의사는 전방 경유술을 시행해 역행성 사정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 손상의 위험성에서 신중히 수술이 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의 적응력이 상당히 저하되는 적응 장애 진단도 수술 후 발생한 사정 장애 및 역행성 사정과 관련성이 높다고 봤다.

남성 불임증, 발기부전 증상은 수술 후유 장해로 보지 않았고, 수술동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B병원 의사가 전방 경유술을 선택한 것이 의사에게 인정되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거기에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수술에서 박리를 위해 수술용 클립을 사용했음을 전제로 신경 손상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봤으나, 수술용 클립은 지혈을 위한 도구일 뿐이므로 의사가 이를 박리에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수술 중에 상하복교감신경총이 손상돼 역행성 사정의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보더라도 그것만으로 의사의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라고도 했다.

"제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에 비춰 A씨의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은 전방 경유술 중 박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이라거나, 그로 인한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힌 대법원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은 이런 불가피한 손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고, 의사의 의료과실을 추정할 정도로 개연성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수술 과정에서 상하복교감신경총 손상과 그로 인해 영구적인 역행성 사정 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신경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의사가 그러한 주의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인지 ▲손상된 신경의 위치나 크기에 비춰 맨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의사가 주의의무를 준수했다면 신경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환송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함에도 원심은 이런 사정을 심리하지 않고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A씨에게 역행성 사정 등의 장해가 발생했다면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서 증명책임, 과실과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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