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응급의료 제공자 보호…국가 책임론 솔솔
선의의 응급의료 제공자 보호…국가 책임론 솔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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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실도 민사·형사소송 현실…선의 의료제공자 보호장치 마련 절실
봉침시술 환자 응급진료한 의사 피소후 응급의료법 등 개정 요구 높아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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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시술을 받는 환자를 응급진료했으나 사망했다는 이유로 가정의학과 의사가 소송당한 사건을 계기로 '선의의 응급의료를 제공한 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의사가 선의의 응급의료를 제공할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응급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형사책임이 면책되도록 응급의료법을 개정해야 하고, 법적 분쟁을 겪는 의사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24일 KMA POLICY가 주최한 '선의의 응급의료와 법적 책임 관련 공청회'에서는 '선의'로 응급처치를 했음에도 민사소송에 휘말린 가정의학과 의사의 억울한 사건에 대한 대안이 논의됐다.

공청회에서는 현행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가 사망할 경우 응급구조활동을 한 의사가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민사·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기에 이런 불합리한 실태를 바로잡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응급상태에 빠진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의사에게 민사·형사상 책임까지 지운다면, 의사는 응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순간적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고, 결국 한시가 급한 환자의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 주제발표를 맡은 박형욱 교수(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및윤리분과 위원장)는 "지난해 12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과실임에도 상대방이 중과실을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형사고발도 가능하다"면서 "여전히 법률적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법률적 대안으로 ▲고의의 경우에만 민사·형사책임을 지우는 형태로 관련 법 개정 ▲감염병예방법에서 예방접종 시술자에 과실이 있더라도 일단 국가가 보상하고, 차후 국가가 과실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국가보상제도 도입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책임제한 및 고의 또는 중과실의 공무원에 대한 구상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선의의 응급의료제공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제시했다.

박 교수의 대안에 대해 지정토론자들은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중과실에 대해 민사·형사책임을 면책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위배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최경석 교수(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장)는 "봉침시술 사망사건과 관련 유족 측이 가정의학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형욱 교수가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중대한 과실에 대해 민사·형사책임을 면책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법에서는 누구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법에서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조를 행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 제기에 제한을 가하는 방식이나, 국가가 책임을 지는 방안은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경과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찬성하고, 관련 법에서 이런 내용을 명확하게 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선의의 응급의료제공자의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응급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형사책임이 면책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교수의 대안을 찬성했다.

김수진 교수(고려의대 응급의학과)는 AMA POLICY의 예를 들면서 "미국에서는 선의의 응급의료를 행하는 의사(행인의사)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행인의사가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청회에 앞서 김영완 위원장(KMA POLICY 특별위원회)은 "응급의료법에는 응급의료를 제공해 발생한 상해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책임을 면제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망인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는 조항 때문에 가정의학과 의사가 억울하게 소송을 당했다"며 "앞으로 회원들에게 신속하고 시의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지난해 12월 선의의 응급의료에 따른 형사책임 면제범위를 응급환자가 사망한 경우까지로 확대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 내용으로 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다행"이라며 조속히 국회통과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응급상황의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즉 생명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행한 의료행위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선한 의도로 응급진료에 나선 의료인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향후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선뜻 발 벗고 나서는 의료인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대안을 정부와 국회에서 입법할 때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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