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7:54 (화)
불합격자가 합격…국공립병원 채용 비리 심각

불합격자가 합격…국공립병원 채용 비리 심각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20 16:0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서울대·경북대병원 등 12건 수사의뢰
비리 연루자 엄단 및 친인척 특혜 채용 방지 등 종합개선대책 추진키로

응시 자격이 없는 직원의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합격시키고, 불합격자를 합격시키는 등 국공립병원(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가 아닌 직원을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직원 채용부서에서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부여해 합격 처리하고 채점표에 전형위원이 평가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약 3개월간(2018년 11월 6∼2019년 1월 31일)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실태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를 하고 20일 조사 결과를 비롯해 공공기관 명단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채용 비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범정부 기구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모든 공공기관 채용실태에 대한 정례조사를 했다.

(표 1)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결과(단위 : 개소, 건)
(표 1)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결과(단위 : 개소, 건)

이번 조사는 대상 공공기관 1453곳 중 1205곳 기관(333개 공공기관, 634개 지방공공기관, 238개 기타공직유관단체)의 2017년 특별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채용과 최근 5년간(2014년 1월∼2018년 10월) 정규직 전환이 조사대상으로, 정규직 전환과 친인척 특혜 채용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둔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간제 이외 파견직·용역직 근로자의 최초 채용의 적정성도 함께 조사했다.

또 조사를 진행하는 감독기관에 '채용 비리 적발사항 처리 가이드'를 배포해 적발사항이 엄격하게 제재되도록 했다.

조사는 감독기관의 1차 전수조사와 관계부처 합동 2차 심층 조사로 진행했으며, 경찰청 수사관과 고용부 근로감독관 약 130명을 2차 심층 조사에 투입하여 조사의 전문성을 높였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시행한 전수조사 결과, 채용 비리와 관련 수사 의뢰 하거나 징계·문책 요구가 필요한 채용 비리는 총 182건이 적발됐다.

이 중 부정청탁·부당지시 및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공공기관 16곳 총 19건 / 지방공공기관 9곳 총 9건 / 기타공직유관단체 6곳 총 8건)은 수사를 의뢰하고, 채용과정 상 중대·반복 과실 및 착오 등 146건은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수사 의뢰 대상기관 가운데 국공립병원 등이 대거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공기관 16곳 중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원자력연구원·경북대병원·전북대병원·강원대병원·경북대치과병원·근로복지공단이 총 10건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고, 지방공공기관 9곳 중 경기도의료원·속초의료원이 총 2건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된 것. 즉 수사 의뢰 총 36건 중 절반에 가까운 12건이 국공립병원이다.

(표 2) 수사의뢰 대상기관(공공기관)
(표 2) 수사의뢰 대상기관(공공기관)

근로복지공단은 OO병원에서 특정 업무직 채용 시 조카가 응시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거나, △△병원에서 정규직 채용 시 친구의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모교 출신 교수에게 연구원 신규채용 인력 추천을 요청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추천받은 특정인에게 최고점수를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특정인은 본인의 학교·경력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경북대병원은 채용 담당 부서가 응시자격(의료 관련 자격증 소지자)이 없는 직원의 자매·조카·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고, 이외에도 청원경찰 결격사유(시력장애)가 있는 자를 응시자 부모의 청탁을 받아 채용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상급자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닌 비상시 업무종사자(3명)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전북대병원은 면접 동점자 처리 기준(단순 합산 고득점자 우선)과 달리 평균(최고점·최하점 제외) 점수로 평가해 1, 2위로 합격을 시켰다.

강원대병원은 면접위원이 배점 기준을 초과해 점수를 부여하고, 채용담당자는 다른 면접위원과 협의 없이 이를 임의로 수정했고, 필기시험 성적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합격대상자 2명은 불합격되고 불합격돼야 할 2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또 서류전형 시 채용 담당 부서에서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부여해 서류전형 합격 처리하고 채점표에 전형위원이 평가한 것처럼 서명해 서류를 조작했다.

정부는 채용 비리로 분류된 182건 중 16건에서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적으로 확인됐다며 비리 연루자는 수사 의뢰 또는 징계 등 강력히 처벌키로 했다.

이와 함께 채용 비리에 연루된 임원 7명 중 수사 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 정지한 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해임하고, 문책 대상 4명은 기관 사규에 따라 신분상 조치할 계획이다.

부정합격자도 퇴출하기로 했다. 부정합격자는 수사 결과 본인이 검찰에 기소될 경우 채용 비리 연루자와 같이 퇴출키로 한 것.

정부는 뿌리 깊은 채용 비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연루자를 엄중 제재하는 것은 물론 채용 비리 취약기관은 감독기관과 특별종합조사를 하는 등 집중 관리키로 했다.

이 밖에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의 통합채용과 위탁채용을 활성화하고, 편법을 통한 외부위원 선정을 금지토록 할 계획이다.

또 친인척 등에 대한 특혜 채용을 방지하기 위해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부당한 채용 청탁·압력·강요를 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정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다년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채용 비리가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 하기 위해서는 일회적인 점검·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번 정부 임기 내내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수많은 구직자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개선 조치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