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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 결국 한의사 뜻대로?
'첩약 급여화' 결국 한의사 뜻대로?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2.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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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첩약 급여화' 연구보고서, 약계·한약계 강력 반발
한방 병의원 한정 시범사업…안전성·유효성 검증 뒷전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7년 만에 대한한의사협회의 숙원이 이뤄진 모양새다. 그동안 한의계가 지속해서 주장한 '한방 첩약 급여화' 가 허언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012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한방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방안으로 '치료용 첩약 한시적 시범사업(3년)' 시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의협이 "한약조제 권한이 있는 약사나 한약사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범사업 폐기를 요청함에 따라 결국 중단됐다. 당시 시범사업 소요재정은 연간 2000억원 규모.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7년 만에 약사와 한약사를 배제한 형태로 시동을 걸게 됐다.

지난 2월초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최종보고서가 약계와 한약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첩약 연구보고서에서는 시범사업 대상 질환으로 급여 후보 질환 중 우선 순위가 높은 '요통·기능성 소화불량·알러지 비염·슬통·월경통·아토피 피부염' 등 상위 6개 질환을 적용하는 1안과 '갱년기장애·관절염·뇌혈관질환 후유증관리·우울장애·불면증·치매'를 포함한 상위 12개까지 확대하되 재정지출 규모가 큰 요통과 관절염은 65세 이상 환자로 급여를 제한하는 2안을 제시했다. 시범사업 대상기관은 전국 모든 한방 병의원으로 한정했다. 

시범사업 소요 재정 추계는 우선순위 12개 질환을 대상으로 최소 2799억원∼최대 4244억원으로 추정했다.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자 한의계는 환영 일색인 반면 시범사업에서 배제된 대한약사회와 한국한약학과교수협의회 등은 즉각 규탄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약사회는 연구보고서에 대해 ▲보건경제학적인 수요와 공급의 총량에 대한 합리성 배제 ▲급여 타당성에 입각한 질환분류 미비 ▲급여대상의 보편성 간과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련단체와 충분한 협의도 없었고, 특히 한약사와 한약조제자격을 갖춘 약사에 대한 역할고려가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연구 책임자를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에 다름없다"고 비판한 약사회는 "첩약 급여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첩약을 분류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약계도 비난을 이어갔다. 한국한약학과교수협의회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특정 이익집단에 편향된 시각에만 부합한 결과에 불과하다.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공단은 해당 연구결과를 즉각 파기하고 첩약보험에 대한 전문가를 공정하게 재구성해 연구용역 사업을 재발주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첩약 급여화 보고서는 한의약계와 약계에 똬리 틀고 있는 한방 첩약 주도권 싸움에 불씨를 붙인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초 첩약을 제외한 한약제제분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당시에도 첩약을 둘러싼 한의사·한약사·약사 직역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약사회와 한약사회는 "첩약이 분업대상에서 빠질 경우 처방권이 있는 한의사가 한약제제가 필요한 질환에도 첩약 처방을 할 것"이라며 첩약을 포함한 한약 분업을 주장했다. 반면, 한의협은 "첩약에는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포함된다"며 한약제제에 한정된 분업에만 찬성했다.

'첩약 급여화'는 어느새 전가의 보도가 됐다. 대통령이 나서서 '한방 보장성 강화'를 에두르고,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첩약 급여화 의지를 밝히며 군불을 떼고 있다.

첩약 급여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의료계 역시 이번 상황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약계나 한약계가 경제적 관점이나 직역 권한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작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첩약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은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첩약 급여화로 인해 건보 재정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분석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의료계 한 인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매몰돼 첩약이 얼마나 안전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대해 아무도 묻고 있지 않다. 첩약 앞에서는 근거중심의학이 자취를 잃어가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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