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과로사…준법 수련 왜 안되나?
전공의 과로사…준법 수련 왜 안되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8 2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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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환경평가 38.5% 법령 미준수 "실제 더 많아"
병원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독립기구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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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 수련병원에서 허위 당직표를 작성하거나, 최대 연속 근무시간(36시간)을 초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련병원에 대한 평가 및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병원 신임평가위원회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독립적인 기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길병원 전공의 사망 사건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수련병원 현장에서 불법적으로 전공의 수련교육과 초과 근무가 이뤄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공의법에서는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교육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대 88시간까지 추가)으로 제한하고 있고, 연속근무는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길병원 측은 이번에 사망한 전공의는 '주 평균 87시간 근무, 최대 연속 근무 35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주 평균 118시간 근무, 최대 연속근무 59시간'으로 확인됐다.

대전협은 "길병원은 해당 전공의의 휴식 시간을 임의로 제외하고, 허위 당직표 작성은 물론, 서류상 근무시간이 아닐 때에도 근무토로 하고, 정규 컨퍼런스는 교육목적 연장 수련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련병원이 전공의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보건복지부가 2월 14일 발표한 '2018년 수련환경평가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련병원(244곳)의 38.5%(98곳)가 전공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평가에서는 ▲주당 최대 수련 시간(주 80시간) 미준수(16.3%) ▲최대 연속 수련 시간(36시간) 미준수(13.9%) ▲응급실 수련 시간(12시간) 미준수(2.5%) ▲야간 당직 일수(주 3회) 미준수(13.5%) ▲당직 수당 미준수(7.4%) ▲연속수련 간 최소 휴식 시간 미준수(12.7%) ▲휴일(주 1일) 미준수(28.3%) ▲연차 휴가 미준수(7.8%) 등 전공의법 위반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8개 항목을 모두 준수하지 않은 수련병원은 없었지만,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7개 항목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전공의 수련환경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자, 수련병원에 대한 기준을 더 강화하고, 수련병원을 평가하는 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대한병원협회 산하에 둘 것이 아니라 독립된 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A학회 수련이사는 "총 244곳의 수련병원이 있지만, 하위 20% 정도는 수련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이거나, 개선할 의지도 없다"면서 "이들 수련병원의 수련기관 자격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A 수련이사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도 예전의 병원 신임평가위원회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력도 모자라 현장 점검 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병협 산하에 사무국을 둘 것이 아니라 독립된 수련환경평가기'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법 시행에 앞서 수련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병원의 진료량은 그대로인데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이 주 80시간만 근무하면서 기존의 진료량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리란 점을 보건복지부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A학회 수련이사는 "전공의 근무시간 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원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하루 빨리 제도화하거나, 수가로 보전해 주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환자를 병원급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전공의 숫자가 진료과별로 적정한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B학회 관계자는 "수련환경평가위는 전공의 수련의 혁신을 선도하는 기구임에도 위원회 형태로 계속 유지하는 게 옳은는 모르겠다"며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형태가 아니라 독립 기구 형태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수련환경평가위가 앞으로 5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비전과 미션을 제시했는지도 잘 모르겠다"면서 "현장 점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련환경평가위는 수련병원을 평가할 때 서류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2018년도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도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44곳 중 98곳이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평가항목 8개 중 1개 이상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수련병원의 실태"라고 밝힌 학회 관계자는 "수련병원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며칠 동안 수련병원에 상주하면서 전공의 수련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 신임평가위원회가 기존에 수행하던 일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의 위원회가 아니라 인원을 더 확대한 수련환경평가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용욱 대전협 수석부회장도 지난 2018년 9월 19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학술포럼에서 "2017년 12월 23일부터 전공의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15년, 2017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주당 근무시간은 87.3시간으로 주 80시간을 넘고, 최대 연속 근무시간은 70.1시간으로 조사됐다"면서 "연속근무 이유 또한 응급상황 등이 아닌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당직표와 실제 근무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36%였고, 그 중 82.9%가 당직표를 허위로 맞추도록 지시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정 부회장은 "전자의무기록(EMR) 아이디 차단으로 인한 대리처방에 대한 우려도 넘쳐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전공의법의 의의는 병협에서 각 수련병원을 평가하는 병원 신임평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수련환경평가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설립하고,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정책에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신임평가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수련환경평가도 현장에서 경험하는 전공의를 중심으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구체적인 평가 항목을 만들고, 실제 현지 평가에도 참여해 독립적인 권한 하에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공의법을 지키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C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이번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행정처분에 따른 과태료는 병원별 100~500만 원 수준이고, 시정명령 의무 이행 기간은 3개월로 돼 있는데, 행정처분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법이 제정됐는데, 법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으면 수련병원의 불법 행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

C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이 전공의법 시행으로 진료 공백이 생길까 걱정하는 게 사실이지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환자안전과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련병원 자격에 대한 평가를 의료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영상 손해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행 및 적절한 수가 보전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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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 2019-02-19 09:33:42
대한민국의 평균기대수명이 20여년 늘어난 것은 의료인의 인술과 노고에 힘입은 바 큽니다.
그러나 정작 의료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과로(심지어 과로사)와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여 병원들이 의료인력(교수, 임상교수, 임상강사, 전공의, 간호사 등)을 적정하게 뽑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직을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전공의들에게만 부과할 것이아니라 교수, 임상교수, 임상강사 등에게도 당직의 책임을 나누어 부과해야 합니다. 결론은 현재의 의료인의 과로사가 사회적 타살이 되지 않도록 쓸데없는 탁상공론은 집어치우고 의료수가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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